올해 서울ㆍ수도권지역의 주택공사ㆍ도시개발공사 등 공공 부문 아파트 평당 분양가격이 민간아파트 분양가를 추월한 것은 주택가격 인상을 공공 부문이 선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공공 부문의 행태는 민간 부문의 분양가 상승 억제를 위해 행정조치까지 들고 나왔던 것과 크게 비교된다. 또 정부는 공공분양 아파트의 가격을 높여 여기서 창출된 이익을 서민주거복지 예산으로 쓴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공공 부문의 가격인상이 주변 아파트 가격까지 끌어올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결과적으로 서민주거복지를 해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공공 부문은 분양가 올려도 괜찮다(?)=‘아파트 청약을 통해 집을 마련하려는 서민들의 꿈이 실현되려면 무엇보다도 분양가격이 중요하다. 소득이 갑자기 늘어날 리 없고 금융권 대출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적정한 분양가격은 내 집 마련의 필수조건이다.’(‘투기시대의 종말-참여정부 부동산정책 길라잡이’ 중) 이 같은 정부의 진단과 올해 서울ㆍ수도권에서 분양된 공공 부문 아파트 중 분양가 평당 1,000만원을 넘어선 단지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점과는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서울ㆍ수도권지역 공공분양 아파트의 평당분양가는 1,200만원을 넘었다. 하지만 정부는 여기에 대해 “차익은 거의 없을 뿐더러 설령 차익이 있더라도 임대아파트를 짓는 데 사용한다”며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25.7평을 넘는 아파트는 서민아파트로 보기 힘들다. 중대형 아파트는 분양가를 높여도 다 분양되고 있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민간업체와 같은 논리의 정부=정부의 이 같은 주장은 그동안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폭리를 취한다고 비난을 받았던 민간건설업체의 분양가 인상논리와 구조적으로 하나도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분양가 상승행진이 시작된 2003년 이후 민간업체의 논리는 간결했다. “가치가 높은 브랜드와 품질 좋은 아파트를 공급함에 따라 입주 이후 아파트의 가격을 올려주는 만큼 차익의 일부를 가지고 가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주변 시세보다 높은 분양가는 시세상승을 견인했고 또 인근에 분양되는 민간 부문 아파트 분양가가 영향을 받아 재차 올라가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경기도 지역에서도 평당 1,200만~1,300만원 하는 아파트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분양가를 안정시키겠다던 정부가 전용 25.7평 이상의 아파트 분양가를 1,000만원, 아니 1,800만원선까지 책정하는 이유는 같다. “분양도 잘될 뿐더러 차익을 공유하자는 것.” 다만 내세우는 명분은 다르다. 정부는 차익을 임대아파트를 짓는 데 사용하겠다는 것 하나다. ◇분양가 인상은 결국 집값상승 연결=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논리가 상당히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공영개발을 통해 얻은 이익을 서민주거 안정에 재투자한다손 치더라고 책정된 분양가가 집값 불안을 야기할 정도라면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가 갖는 공공성 때문이다. 정부가 시세 수준, 아니 그보다 더 높은 가격의 분양가를 책정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상당히 크다. 30평형대는 1,100만원, 대형 평형은 1,800만원에 판교를 분양했지만 인근지역인 용인에서는 분양가를 책정할 때 1,100만원보다는 1,800만원에 주목한다. 결국 인근단지의 분양가는 30평형대도 1,400만~1,500만원선에 책정하는 사태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판교와 한참 떨어진 파주 운정의 경우 조정 전 분양가가 평당 1,375만~1,598만원(기준층)에 책정됐던 것도 판교의 높은 분양가 영향 때문이라는 해석은 설득력이 있다. 김규정 차장은 더 나아가 “공공 부문의 높은 분양가는 신규 분양될 민간 부문의 분양가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지역의 기존 아파트 가격까지 견인하고 있어 연쇄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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