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설로 미 채권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된 가운데 이른바 '그린스펀 수수께끼(Greenspan conundrum)'가 재연될지를 놓고 논쟁이 불붙고 있다. 한편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중국 등 신흥국이 통화가치 방어와 달러화 확보를 위해 미 국채를 매각하면서 미국의 시장금리가 급등하는 '역(逆)그린스펀 수수께끼'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달러 강세, 안전자산 선호, 낮은 인플레이션 등을 근거로 외국인들이 미 국채를 내던질 가능성이 낮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린스펀 수수께끼는 지난 2004~2006년 연준이 기준금리를 3.5%포인트나 올렸는데도 시장 장기금리는 소폭만 오른 기현상을 말한다. 중국 등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이 보유외환으로 미 국채를 사들인 것이 이유로 추정된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흥국들이 통화가치 하락과 외국인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달러 자산을 팔고 있다"며 "중국, 신흥국, 중동 산유국이 벌어들인 달러를 미 국채로 저축하는 과거 수십년 간의 사이클이 바뀌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FT는 "신흥국들이 2003년 1조달러에서 올여름 8조달러로 늘어난 외환보유액을 줄일 경우 심각한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며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미 국채 수익률이 예상보다 더 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흥국의 미 국채 매도가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미 경제회복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달 11일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환율변동을 막기 위해 미 국채 등 최소 1,060억달러의 보유외환을 매각한 것으로 추정했다. 미 연준의 공식 발표로는 사실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중국의 위탁처인 벨기에·스위스의 미 국채 보유량 감소가 증거라는 것이다. 또 중국발 리스크에 통화가치가 하락한 다른 신흥국들도 미 국채 매각 압력을 받고 있다는 게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설명이다.
중국의 외화 유동성이 생각만큼 넉넉하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의 올 7월 말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해 6월의 3조9,900억달러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3조6,500억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는 "아프리카·중남미 자원개발 등 상당기간 회수가 어렵거나 운용처가 불분명한 외환보유액이 1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외환보유액이 '부풀려진 종이호랑이'일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달러화가 필요하면 미 국채부터 매각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국 등 신흥국이 미 국채를 대량 매도하거나 미 장기금리가 급등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아직은 많다. 실제 연준이 연내 금리 인상을 예고했는데도 2일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18%로 올 6월의 2.5%보다 더 떨어진 상황이다. 블룸버그 조사에서도 전문가들은 내년 중순 미 10년물 국채금리 수준을 2.82%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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