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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리포트] 올 글로벌 M&A시장 "실탄 풍부한데다 저금리로 여건 좋아 회복세 탈것"

美기업 36% "인수 의사 있다"<br>바이아웃펀드도 본격사냥 예상… 에너지·IT업체 등 타깃으로<br>규제당국과 독과점 문제 야기… 수백억弗 대규모 거래는 힘들듯<br>NYSE·獨증권거래소 합병도 유럽당국 조사로 지지부진 상태


금융위기 이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이 올해 회복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들이 현금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이고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M&A 여건이 크게 좋아진 것은 지난해와 같지만, 무엇보다 수년간 비용절감에 나섰던 기업들이 이제는 불투명한 경제여건에서 성장을 이루기 위해 M&A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월가가 M&A 활성화를 전망하는 근거다. 월가 은행들은 주식과 신용시장이 활기를 띠지 못하더라도 올해 M&A 거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언스트 앤 영이 지난해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포춘 1,000대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은 2조달러를 웃돈다. 또 미국기업의 55%는 현재 자산가치가 향후 6개월 동안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36%는 올해 기업 인수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임스 울러리 JP모건체이스 북미 M&A 헤드는 "기업들의 성장에 대한 욕구가 시장 변동성을 압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활동을 자제해왔던 바이아웃 펀드들 역시 이제는 자금을 투자하거나 보유중인 기업의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도 M&A시장의 활기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스티븐 배러노프 BoA메릴린치 글로벌 M&A 대표는 "물밑에서 거래에 대한 많은 논의들이 이뤄지고 있다"며 "유럽 상황만 최악으로 치닫지 않는다면 장기적인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 투자은행들은 지난해 M&A가 활발했던 에너지, 헬스케어 업종과 산업, 소매, IT부문이 올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언스트 앤 영은 IT업종의 경우 디지털 소비분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모바일, 클라우드 컴퓨팅 등 새로운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전략적 거래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제프 리우 언스트 영 애널리스트는 "프라이빗 에쿼티의 IT분야 M&A 참여가 늘어나고, 차입을 활용한 LBO방식이 성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M&A시장을 전망하면서 경제 성장세가 크게 엇갈리는 유럽, 미국, 이머징 국가 사이에서 M&A도 큰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점을 올해 나타날 특징적인 현상으로 꼽았다. 미국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비교적 활발한 M&A가 이뤄지는 반면, 유럽은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투자자들에게 기업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지만 채무위기로 인해 전반적으로는 M&A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 기업간 M&A도 올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선진국 기업들은 이머징 마켓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반면, 투자은행들은 해외에서 잠재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태다. 중국, 브라질 등 이머징 국가의 현금부자 기업들은 브랜드 가치 제고, 첨단 기술 습득 등을 위해 선진국 기업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데이비드 디넌지오 크레디스위스 M&A 담당 부당 부사장은 "브라질과 중국기업은 지금을 좋은 브랜드를 싸게 인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며 "3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흐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해외 기업간 거래가 10~15%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한 건당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거래는 올해도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형 M&A는 독과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고, 기업들도 규제당국과의 문제를 거래에서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AT&T는 390억달러를 주고 T모바일을 인수하려 했지만 독점문제에 걸려 무산된 바 있다. 뉴욕거래소를 운용하고 있는 NYSE 유로넥스트와 독일증권거래소 운영업체인 도이치뵈르제의 합병문제도 여전히 유럽의 규제당국의 조사에 따라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바이아웃 펀드 역시 대규모 딜 보다는 중소형 딜에 주력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금융위기를 경험한 펀드들이 리먼 사태와 같은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여전히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거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의 미국 내 최대규모 인수는 30억달러짜리 소프트웨어 업체 엠던이었다. 언스트 앤 영에 따르면 지난해 프라이빗 에쿼티 펀드의 거래 규모는 1,381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19%나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최근 이 같은 점을 들어 "낙관적인 전망만으로는 M&A가 늘어나지 않고, 근본적인 경제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시장규모가 4조달러에 달했던 지난 2007년 수준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2년 정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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