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데스크 칼럼] 펀드도 걱정이다

돈에는 애국심이 없다고 했다. 나라 경제에 해가 되든, 타인에 피해가 가든 상관없이 수익만 좇는다는 얘기다. 여기에 도덕심을 운운한다면 그 자체가 난센스다. 부동산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것도 주거라는 고전적 집의 정의에 수익률의 개념이 덧붙여지면서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돈은 수익을 좇아 흐르게 마련이고 부동산이 지금까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최근 정부가 내놓고 있는 초강수의 부동산 대책도 단순하게 보면 부동산의 수익률을 낮춰 이곳으로 몰려드는 돈의 흐름을 바꾸기 위한 조치일 뿐이다. 열기 식고 해외투자로 돈 몰려 얼마 전까지 펀드시장에도 부동산처럼 돈이 물밀 듯 밀려들었다. 지난 2004년 8조5,000억여원에 불과했던 주식형 펀드 수탁액이 지난해 26조원으로 3배 이상 불어났고 현재는 45조원에 달한다. 주식시장이 달아오르면서 높은 펀드 수익률이 수많은 투자자들을 유혹한 덕분이다. 이중 매달 월급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게 한 적립식 펀드의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아이들의 학자금용으로, 노후 대비용으로 적금을 붓듯 불입하고 있다. 대부분 우리 증시 사상 처음으로 유입된 3년짜리 자금이다. 모두들 3년 뒤에는 짭짤한 수익을 낼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달 적게는 10만원에서부터 많게는 몇 백만원까지 넣었고 그 자금이 벌써 20조원 넘게 쌓였다. 이 자금은 부동산 자금과 달리 정부 입장에서는 한없이 쓰다듬어주고 싶은 자랑거리다. 경제에서 그나마 잘나가는 게 주식시장이고 그 원천이 바로 적립식 펀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푼 두 푼 쌓인 20조원의 힘은 그동안 우리 주식시장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지난해와 올해 초까지 코스피지수를 연일 사상 최고치로 밀어올렸고 지금은 외국인의 매도공세를 막아내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펀드자금이 없었다면 올해 우리 증시가 어떻게 됐을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살 사람은 마땅치 않는데 매도물량이 쏟아지면 가격이 급락할 수밖에 없는 이치는 부동산이나 주식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자금이 지금과는 정반대로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현실화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지만 그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기도 힘들다. 우선 펀드 수익률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 투자자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2004년과 지난해까지는 모두들 높은 수익률에 열광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허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2년여 동안 벌어놓은 수익률을 올 들어 까먹은 경우가 많은 탓이다. 하반기 들어 펀드자금 증가세도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매달 적립식 자금이 꼬박꼬박 유입되는 것을 감안하면 펀드자금 내부에선 빠져나가는 돈이 적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해외펀드에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도 우리 증시에는 그리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연초 13조원 규모이던 해외펀드 투자규모가 9월 말에는 2배 가까운 2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중국 증시가 달아오르면서 대규모의 자금이 중국 펀드로 갈아타고 있다. 돈의 투자 잣대는 오로지 수익률이다. 1%의 수익률에도 엄청난 돈이 옮겨 다닌다. 해외펀드 투자는 개인에게는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또 다른 투자게임이기는 하지만 우리 증시에는 도움이 될 게 없다. 연착륙대책 세워 공동화 막아야 그 자금이 시중 부동자금이라면 다행이지만 설령 우리 펀드시장에서 빠져나간다면 펀드 공동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더구나 내년부터 그동안 우리 증시의 힘이 됐던 적립식 펀드의 만기가 대거 돌아온다. 내년에 1조4,000억원, 후년에는 무려 8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3년 만기를 맞는다는 게 증권업계의 추산이다. 이들 자금이 증시에 머물게 하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자금을 다시 증시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우리 펀드시장의 매력을 부각시키는 길밖에 없다. 이는 증시가 올라야 하는 이유고 부동산 대책 못지않게 펀드 연착륙대책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증시 속담처럼 “행복은 대중의 주머니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펀드 투자자들이 느끼기 시작하면 물밀 듯 밀려들던 펀드자금도 어느 한순간 그 흐름을 바꿀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