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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카메라 앵글서 사라진 펑리위안

'펑 행보·동선' 거의 알려지지 않아…'전략적 무시' 등 해석 다양<br>펑리위안, 중국 전통옷 차림으로 트랩 내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7일(현지시간) 오후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에서 역사적인 첫 대면을 했지만 이들의 옆자리에 양국 퍼스트레이디는 없었다.

학기를 마무리하고 방학을 맞는 두 딸을 돌본다는 이유로 워싱턴DC에 남은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49) 여사는 물론이고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50) 여사도 미국 언론의 카메라 앵글에 거의 잡히지 않았다.

비행기 트랩에서 내리기 직전 시 주석과 함께 손을 흔드는 장면이 고작이었다. 펑 여사의 동선이나 행보도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이 미국에 오기 직전 방문했던 멕시코에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 부인 앙헬리카 리베라 여사와 함께 부부 동반으로 멕시코 남부의 마야 유적인 치첸이트사를 방문했던 것과 대조된다.

유명 가수 출신인 펑 여사는 첫 방문지인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국립 악단이 자신의 히트곡인 '희망의 들판에서'를 연주하자 즉석에서 무대에 올라가 북채를 잡고 공연에 참여해 환호를 받기도 했다.

미셸 여사는 2011년 1월 시 주석의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워싱턴DC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는 빨간 드레스를 입고 자리를 함께했었다.

이번 중남미 3개국 순방은 물론 지난 3월 러시아·아프리카 3개국 방문 과정에서 세련된 매너를 선보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펑 여사가 미국에서는 철저히 외면을 받은 셈이다.

남편을 능가하는 대중적 인기와 남다른 패션 감각, 활동적 성향 등 여러 면에서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주요 2개국(G2) 퍼스트레이디 간 '대결'에 쏠린 관심도 자연스레 멀어지게 됐다.

특히 중국 내부에서는 미셸 여사가 '국가 대사'(大事)보다 '가정 소사'(小事)를 중시해 워싱턴DC 잔류를 결정한데 대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미셸 여사의 불참을 놓고 펑 여사의 화려한 나들이 또는 '소프트파워 외교'에 들러리를 서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거나 과거 톈안먼(天安門) 사태 직후 행태를 문제 삼은 전략적인 결정이라는 얘기도 돌고 있다.



펑 여사가 1989년 톈안먼 사태 때 시위대 유혈 진압 직후 계엄군 위문 공연에 출연하고 티베트 독립운동 탄압을 정당화하는 노래를 부른 일 등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기 위해 인권을 옹호해온 미셸 여사가 만남을 피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략적 무시' 또는 '외교 결례' 등의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 간 만남의 성격을 볼 때 두 퍼스트레이디가 배석하는 게 오히려 부적절하다는 분석이 많다.

시 주석이 미국을 '국빈' 또는 '공식' 방문한 게 아닌데다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동도 엄밀하게 말하면 '정상회담'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두 정상의 논의 주제가 북한·이란 핵 문제를 비롯해 사이버 해킹, 시리아 사태, 영유권 갈등, 국제 테러 방지 등 복잡다단한 이슈에 걸쳐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펑 여사는 중국의 전통 옷을 입고 미국에 도착해 짧은 노출 시간 동안 상대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다.

평 여사는 이날 시 주석과 함께 전용기 트랩을 내려올 때 중국 전통 문양이 수놓인 푸른 색 상의에 하얀 바지를 입고 있었다.

펑 여사가 이날 입은 옷은 그 동안 퍼스트레이디로서 참석한 대외 행사에서 착용한 것들 가운데 가장 전통적 색채가 강한 것이다.

펑 여사가 이번 시 주석 순방지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곳인 미국에서 이 옷을 골라 입은 것은 중국의 이미지를 미국인과 세계인들에게 각인시키겠다는 외교적 의도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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