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문제로 온 나라가 한 달째 시끌시끌하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대학생들의 등록금 절반을 국가재정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원조 반값등록금당'을 자처하는 민주당은 이를 당론으로 결정하고 5,000억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해 2학기부터 저소득층부터 지원하겠다고 치고 나갔다. 하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6월 국회에서 추경예산안과 관련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높기는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미국 다음으로 높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사립대의 비중이 90%에 가깝지만 미국은 사립대의 비중이 30%를 약간 넘고 주립대도 교육의 질이 사립대와 같을 뿐 아니라 지역주민의 경우 등록금이 아주 저렴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우리나라 등록금 수준이 OECD 국가 중 제일 높다고 할 수 있다. 포퓰리즘 비난만 해선 안돼 우리나라 등록금은 지난 30여년 동안 두 번의 자율화 조치를 거쳐 10배 이상 올랐고 지난 10여년간 등록금은 소비자물가보다 국공립대는 3배, 사립대는 2배 올랐다. 대부분의 서구 유럽국가는 대학까지 무료이니 우리나라도 대학 등록금의 반을 지원해주자는 것이 무조건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다. 연간 6조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최근의 저축은행사태와 같이 정경유착으로 발생한 손실을 국가가 보존해줘야 하는 현실에서 국가 운영을 제대로만 한다면 연간 6조원의 예산이 큰 문제는 아닌 듯 하다. 그러나 국가재정의 효율적 운영 측면에서 보면 대학 등록금 보전에 연간 6조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우리나라의 현재 대학 진학률은 80%가 넘는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난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대학을 다니거나 졸업한 사람은 1,500만명에 이른다. 생산현장에서는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외국인 노동자 60만명이 일하고 있고 신규 대졸자의 취업률이 40%를 약간 넘는 현실에서 현재와 같은 양적 팽창 위주의 대학정책을 지속해야 하는지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등록금의 반을 국가가 지원해 주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현재의 상황을 초래한 원죄는 사실 정부에 있다. 정부는 1995년 규제완화 차원에서 대학 설립 준칙주의를 도입, 대학 수와 입학정원을 급속히 늘렸다. 1990년대 초반 100여개에 불과하던 대학이 2000년에는 190개를 넘었고 현재는 (1998년부터 대학 명칭을 쓰는 것을 허용받은 과거 전문대를 포함하여) 340여개를 넘어섰다. 대학을 퇴출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교육기관이라는 특성도 있고 해당 대학 동문들의 반발도 불가피하다. 지방대학의 경우 해당 지역경제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오는 2017년에는 수능 지원자가 현재의 대학입학 정원보다 적어지기 때문에 우리 대학들은 자연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설립준칙주의에 의거 무분별하게 대학 설립을 유도한 책임이 있는 국가가 나서서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독려해야 한다. 現대학정책 전면 재검토 필요 대학 등록금이 아무리 높다고 하더라도 졸업 후 취업이 된다면 큰 문제가 아니다. 학자금 융자제도를 이용해 졸업 후 빌린 학자금을 상환하면 된다. 하지만 졸업 후 1년이 넘어도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지지 못한다면 지금 등록금의 반도 아까울 것이다.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등으로 볼 때 향후 우리 경제는 고등학교 졸업 후 80% 넘게 대학에 진학한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해도 원하는 일자리를 제공할 여력이 없다. 많은 대졸자가 대학에서 아무리 좋은 교육을 받더라도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할 것이다. 대학 등록금의 반을 세금 등으로 지원받았으면서도 졸업 후 원하는 직장을 얻을 수 없는 대졸자를 양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대학 등록금의 반을 지원해주는 것도 좋지만 젊은 대졸자가 처한 현실을 사회 각계각층이 올바로 인식해 대학교육의 큰 틀을 다시 짜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