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1조유로 정도의 자금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충분히 방어벽(fire wall)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적절한 시기에 강력하게 행동할 수 있는가가 문제입니다."
조이딥 무크헤르지(사진) 스탠더드앤푸어스(S&P) 국가신용등급 담당이사는 17일(현지시간) 뉴욕 S&P 본사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그가 추산한 유럽에 투입 가능한 자금은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유로안정화기구(ESM),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 등을 합친 것이다.
그는 유로존의 위기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통화는 통합했지만 주권이 독립돼 있고 각국의 문제인식이 다른데다 재정적인 통합이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위기가 포르투갈ㆍ스페인ㆍ이탈리아 등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며 유럽 각국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스가 지속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지난 1997년 한국의 위기와 비교해 설명했다. 정책결정 능력과 집행능력이 당시 한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당시 한국에서는 김영삼 대통령이 물러나고 김대중 대통령으로 리더십이 교체됐지만 차기 정부는 전 정부의 약속을 그대로 유지하고 지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비해 "그리스는 이전 정부가 약속한 긴축약속을 지키지 못하겠다고 하고 있다"며 "정책 결정 능력도 실망스럽고 집행 능력도 현저히 떨어져 앞으로의 상황이 불투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은 당시 민간 부문에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빠른 속도로 회복했지만 남유럽 국가들에서는 민간부문의 자생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리스에는 현대차가 없고 포르투갈에는 삼성이나 LG와 같은 기업이 없다"고 말했다. S&P는 현재 유로존 17개국 중 14개국의 신용등급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부여하고 있다.
그는 유럽위기가 한국 등 아시아 각국에 대한 전이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2008년에 비해 아시아 국가들의 중앙은행이 상당한 방어벽을 쌓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도 유럽의 경기둔화가 더욱 심화되면 수출 등에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크헤르지 이사는 "아시아에 대한 영향은 수출과 금융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수출은 직접 유럽으로 나가는 것뿐 아니라 중국 등 다른 국가로 수출돼 가공된 후 최종적으로 유럽으로 향하는 물량까지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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