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사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그리스인은 탈세자"라는 발언 때문에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의 모국인 프랑스에서조차 적절하지 못한 말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2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하면 탈세자들이 떠오른다"며 "많은 그리스인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인터뷰 내용이 보도되자 라가르드 총재의 페이스북에는 1만건이 넘는 비난 댓글과 함께 '그리스인은 라가르드에 반대한다'는 홈페이지까지 등장했다.
그리스 중도좌파 사회당(PASOK)의 에방겔로스 베니젤로스 대표는 "누구도 그리스 국민들에게 굴욕을 줄 수는 없다"며 "그는 그리스를 모욕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 역시 "그리스 노동자들은 세금을 내고 있다"며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은 받아들일 수 없는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프랑스 내의 비난여론도 잇따랐다.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은 단순하고 낡은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그리스 국민들을 훈계하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논평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라가르드 총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수습에 나섰다. 그는 "그리스의 위기극복과 경제회복을 위해 모든 이가 공정한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특히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세금을 제대로 내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한편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과 더불어 독일의 동독식 구제계획도 그리스를 자극하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리스 재건방안으로 국유기업 민영화, 경제특구 건설, 노동시장 개혁 등 사회주의 붕괴 후 옛 동독에 적용됐던 6가지 구제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계획은 향후 몇주 안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제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 정치권은 메르켈 총리의 계획에 대해 '주권침해' '내정간섭' 등의 용어를 써가며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슈피겔은 "동독식 구제계획이 실행될지 여부에는 다음달 17일의 그리스 총선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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