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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빠지지 않는 얘깃거리가 있다. 바로 올림픽에 숨어 있는 첨단기술 얘기다. '보다 빨리, 보다 정확하게'를 외치는 선수들에게 기록 단축을 위한 첨단기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조력자다. 기업들도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되는 올림픽에서 자사의 기술력을 증명함으로써 선수들과 함께 성장해왔다.
이번 소치올림픽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장비는 '썰매'다. 썰매 종목 가운데서도 봅슬레이, 그중에서도 미국 2인승 남녀 대표팀의 썰매가 주인공이다. 이 썰매는 독일 자동차업체 BMW가 만들었다. 봅슬레이 최강국 독일의 기술을 들여오기 위해 BMW와 손잡은 것이다. BMW는 3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작품'을 만들어냈다.
BMW 엠블럼이 박힌 이 썰매는 생김새부터 다른 썰매들과 확연히 다르다. 미래에서 온 스포츠카 같다. 자동차에 적용되는 공기역학 기술이 그대로 녹아들었고 무게중심 최저화를 위해 납작하게 제작된 썰매의 앞머리는 포뮬러원(F1) 경주차를 닮았다. 실제로 이 썰매의 몸체는 BMW 전기자동차인 i시리즈의 차체에 쓰는 것과 똑같은 카본섬유로 만들어졌다. 수백 도에서 구워 강화한 특수 카본섬유로 이를 통해 썰매 중량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봅슬레이에는 중량 제한이 있는데 BMW는 미국팀 썰매를 2인승 최소 기준인 170㎏에 정확히 맞췄다. 썰매 '신흥 강국'인 한국 팀은 대우인터내셔널 등의 후원으로 유로텍에서 만든 1억원짜리 썰매를 탄다. 꽤 이름난 썰매 제조업체인 유로텍은 캐나다·네덜란드 대표팀 등의 썰매를 만든다.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입는 경기복은 전투기 제조업체가 제작했다. 록히드마틴이 스포츠의류업체 언더아머와 함께 만든 것이다. '마하39'라는 특수재질로 만들었는데 이 경기복 효과에 대해서는 제작사와 미국 대표팀 모두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곳곳에 돌기가 들어간 것이 특징인데 기록 단축 효과가 현저할 것으로 예상돼 논란이 일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08베이징 하계올림픽 때는 금메달의 94%를 전신 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이 휩쓸었다. 이 때문에 '과학이 순수한 올림픽을 망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스마트폰의 특정 애플리케이션도 폭발적인 인기다. '코치아이(Coach's Eye·사진)'라는 앱이다. 휴대폰이나 태블릿PC의 카메라로 훈련이나 경기 영상을 촬영한 뒤 이 앱을 실행하면 몇 초 만에 프레임 단위로 입체 분석된 결과가 나온다. 공중회전이 많은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들이 특히 이 앱의 애용자들이다. 공중동작 중 신경 쓰기 어려운 잔 동작까지 철저하게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따뜻한 소치가 눈 부족을 걱정하지 않는 것은 '눈 대포(snow cannon)' 덕분이라고 6일(한국시간) 외신들이 전했다. 수증기를 대포처럼 공기 중으로 쏴 인공 눈을 뿌리는 이 최신 제설기는 실제 눈보다 더 진짜 같은 눈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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