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의 올 3·4분기(3~6월) 실적이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순이익과 매출이 모두 늘기는 했지만 시장에서는 "실망 그 자체"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어닝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이어가던 애플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와 아이폰5 출시를 둘러싼 루머의 벽을 넘지 못한 것.
◇아이폰 판매부진에 어닝쇼크=24일(현지시간) 애플이 발표한 3·4분기 순이익은 88억달러, 주당 9.3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의 73억달러, 주당 7.79달러에 비해 19.6% 증가했지만 시장의 예상치인 주당 10.35달러에는 크게 못 미쳤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350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23% 늘었지만 시장 기대치인 372억달러는 밑돌았다.
가장 큰 이유는 아이폰 판매부진. 시장에서는 아이폰 판매량이 최소한 2,900만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2,600만대에 그쳤다. 비록 전년동기 대비 28% 늘었지만 전분기의 3,510만대에 비해서는 1,000만대가량 줄어든 것이다.
특히 실망스러운 대목은 매출총이익률(마진) 하락이다. 전분기 47.4%에서 이번 분기에는 42.8%로 뚝 떨어졌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인 리드라이트웹은 "시장은 애플의 분기 마진이 45% 수준을 넘어서야 양호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43%를 밑돌면 크게 실망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올 4ㆍ4분기 실적전망도 회의적이다. 애플은 주당 이익과 매출액을 각각 7.65달러, 340억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시장 전망치를 모두 밑도는 실적이다. 결국 실적발표 이후 애플은 시간외거래에서 5.8% 급락하며 주당 6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루머와 경기둔화에 무너진 애플=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둔화와 아이폰5 루머가 실적에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피터 오펜하이머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 콜에서 "신제품과 관련한 루머와 추측 때문에 아이폰 판매량이 큰 영향을 받았다"며 "제품전환이 지연되면서 4·4분기 총마진 예상치가 낮아졌다"고 밝혔다.
실제 올 들어 언론과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끊임없이 아이폰5 출시전망을 쏟아냈다. 비르투스인베스트먼트의 시장전략가인 조 테라노바는 "소비자들이 올 가을 출시 예정인 새 아이폰을 기다리느라 구매를 연기해 애플 매출액이 둔화된 것"이라며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애플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유로존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둔화 등으로 소비 자체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프랑스ㆍ그리스ㆍ이탈리아 등 서유럽 국가에서의 판매부진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며 "신흥국 시장 매출도 예상보다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시장의 4~6월 성장세가 전분기보다 둔화돼 애플의 향후 성장 모멘텀에 대한 회의론마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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