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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삼현동 vs 삼동현


"이렇게 나오면 저희는 죽습니다. 제발 순위는 빼주세요."

금융계, 특히 보험업계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언론홍보 담당자의 하소연이다. 이러한 상황을 대변하는 말로 '삼대교'또는 '삼교대'를 꼽을 수 있다. 업계 순위가 삼성-대한-교보냐, 삼성-교보-대한이냐는 얘기. 치열한 2인자 다툼을 엿볼 수 있다.

업계 2위로 굳게 믿고 있는 회사의 언론홍보 담당자는 신문지상에 자신의 회사가 3위로 표현되면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일선 영업지점과 윗선의 심한 질책에 시달려서다. 심지어 경쟁사와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에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특히 매출(수입보험료)이나 순이익 같은 기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에는 '2위 마케팅'이 치열하다.

이러한 현상은 손해보험업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2위 자리를 두고 현대해상과 동부화재가 각축을 벌이고 있어서다. '삼현동'이나 '삼동현'으로 엎치락뒤치락하면서도 정작 기사에서 3위로 표현되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신용카드업계도 마찬가지. 1위인 신한카드를 제쳐두면 삼성카드와 현대카드가 2인자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형국이다. 2위권 업체들의 신경전은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삼성카드와 현대카드의 '상품 베끼기'논란은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 언론은 업체들의 민감한 반응을 의식해 '2위 다툼'을 오히려 직설적으로 나타내거나 나름대로 에둘러 표현하기도 한다.

2위 다툼 이면에는 마케팅 경쟁 차원을 넘어 자존심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더 나아가는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도 존재한다. "우리가 어떻게 3위냐"라는 항변은 단기 실적이나 편향된 잣대만으로 평가하면 곤란하며 '자존심이 상한다'는 표현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아울러 임기 2~3년의 CEO 입장에서는 3위 추락은 연임에 치명적인 과오로 작용할 수 있다. 때문에 줄곧 2위를 유지하던 회사나 3위에서 2위로 도약하는 회사는 경쟁적으로 덩치 키우기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보니 고객 서비스는 자연스레 뒷전으로 밀린다. 다양한 신상품과 개선된 서비스로 고객을 사로잡기보다는 당장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상품에 매달린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 들어 손보사의 일시납 저축성보험 판매가 6개월 만에 10배 이상 급증했다는 점도 치열한 2위 경쟁의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고객들은 업계 2인자 다툼에 별 관심이 없다. 업계 순위보다 뛰어난 상품과 서비스로 승부를 거는 회사에 주목한다. '상품과 서비스, 고객만족에서는 우리가 항상 1위'라는 자부심을 가진 회사를 원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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