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천문학적인 돈 풀기 잔치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연준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QE) 조치로 각국에 풀어놓은 돈은 무려 4조달러에 이른다.
연준의 정책변화로 신흥국·정크본드 등 위험자산에 무차별로 몰린 자금이 회수되기 시작하면 그동안 경기회복의 버팀목이었던 양적완화 조치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위협할 유독성 물질로 바뀔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특히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본격적인 출구전략에 돌입할 경우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디플레이션 위기, 중국 경기둔화 가능성, 원자재 가격 급락, 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위기와 맞물려 세계 경제에 대형 폭풍우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연준은 29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성명서를 통해 "현재의 자산매입 프로그램 도입 이후 고용시장 등 미 경제전망이 상당히 개선됐다"며 월 150억달러가 남은 QE3 프로그램 종료를 선언했다. 연준이 2008년 12월 QE1을 시작한 지 6년 만에 '칩머니' 시대가 끝난 셈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불안한 조짐을 보이면서도 아직 큰 충격은 받지 않고 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3대 지수는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고 30일 아시아 증시도 혼조세를 보였다. 양적완화 종료가 이미 예고된데다 연준이 기존에 사들인 채권은 미 경제가 회복되기 전까지 매각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양적완화 종료가 예행연습에 불과하다면 연준 금리인상은 '본게임'이라는 점이다. 특히 연준은 이날 성명서에서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높이는 등 기준금리 조기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내년 중반으로 예상되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이르면 올해 말부터 요동칠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연준이 급격한 출구전략을 취할 경우 글로벌 채권시장의 손실액이 3조8,000억달러에 달하고 신흥국 채권시장에서도 2,000억달러 정도가 증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슈퍼달러' 귀환에 신흥국에서의 외국인 자금 유출, 주요국 간 환율전쟁 발발 조짐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이상 징조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2008년 이전 몇 년간의 저금리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 거품이 끼면서 금융위기가 촉발됐다"며 "그동안 위험자산 투자를 부추겼던 양적완화가 똑같은 유독성 유산을 남길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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