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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타이거 우즈(미국)가 뛰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야구로 치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이고 축구로 치면 유럽 빅리그다. 전세계에서 가장 골프를 잘 치는 남자들이 죄다 모인 '꿈의 무대'가 PGA 투어다. 이곳에 투어 자격시험 수석 합격자로 데뷔하는 한국 골퍼가 있다. '예비역 병장' 이동환(26ㆍCJ오쇼핑)이다. 골프선수로는 드물게 지난 2011년 1월 공군으로 만기 전역한 이동환은 지난달 PGA 투어 자격시험인 퀄리파잉(Q)스쿨을 1위로 통과, 172명 중 25위까지 주어지는 올해 PGA 투어 출전권을 너무도 여유롭게 거머쥐었다. PGA 투어 Q스쿨 단독 1위는 아시아인 최초의 쾌거다.
"이제 한 계단 올라갔을 뿐"이라며 당시 자세를 낮췄던 이동환은 한 달 만인 2일 전화인터뷰에서도 여전히 차분했다. "부족한 부분을 무리해서 채우려고 하기보다 자신 있는 부분을 강화해 보여주는 쪽으로 준비했습니다." 이동환은 오는 11~14일(한국시간) 하와이에서 열리는 소니오픈을 통해 PGA 투어에 데뷔한다. 데뷔를 앞두고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를 도왔던 캐디와 계약했고 머물 집(댈러스에 있는 매니저의 집)도 구했다.
이동환에게 부족한 부분은 드라이버 샷 거리. 2004년 일본 아마추어선수권 최연소 우승, 2006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최연소 신인왕을 자랑하는 이동환이지만 285야드의 평균 드라이버 샷은 300야드가 대수롭지 않은 PGA 투어에서는 아무래도 초라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동환은 "드라이버 샷은 하루아침에 10~20야드를 늘릴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길게 보고 있다. 무리하다가 스윙이 망가질 수도 있다"며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들어갈 생각이다. 대신 쇼트게임 등 잘하는 것을 더 정교하게 가다듬었다"고 말했다. 그는 태국에서 열흘간의 훈련을 마치고 이날 귀국했는데 훈련기간 가장 중점을 둔 것도 드라이버 샷 거리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내려놓음'의 멘털 훈련이었다.
이동환은 훈훈한 기부로도 주위의 귀감이 되고 있다. 순직한 공군 조종사 유자녀를 위한 장학기금으로 지금까지 3,000만원을 기부했고 3일에는 '1억원 기부 약정식'까지 가진다. 은평천사원에는 2007년부터 후원금을 전달하는 한편 틈틈이 직접 찾아 든든한 형ㆍ오빠 노릇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몸도 불편한데 부대로 위문편지까지 보내주더라고요. 골프선수이기 이전에 그 아이들의 후원자로서 책임감이 큽니다. 제가 더 큰 힘을 받고 있기도 하고요. 첫 대회는 컷 통과가 목표지만 그 다음부터는 투어카드 유지를 넘어 신인왕으로 꿈을 키워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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