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한복판에서 사장이 입을 열었다. ‘정리해고 같은 건 못한다. 망해도 직원들과 생사를 같이 한다면 마음이나마 편할 게 아닌가.’ 노동조합이 나서 사람을 잘랐다. 울면서 사원들을 내보낸 사장은 회사가 되살아나자 자기 지분을 종업원들에게 넘겼다. 샤프전자 창업자 하야카와 도쿠지(早川德次)가 남긴 일화다. 샤프펜슬, 트랜지스터 라디오 등을 선보여 ‘미스터 퍼스트’라는 별명을 얻은 그의 생은 파란만장하다. 1893년 11월3일 도쿄에서 태어나 두 살 때 생가가 몰락해 양자로 보내진 집안에서 성냥갑 붙이기로 집세를 벌었고, 초등학교 1학년을 다니다 금속세공 공장에 견습사원으로 들어갔다. 공장이 망한 뒤에는 혼자 남아 주인을 먹여 살렸다. 기회를 만난 것은 19세 무렵. 조임식 버클인 ‘도쿠비조’를 발명한 덕분이다. 독립한 그는 22세에 샤프펜슬을 발명, 부를 쌓았다. 잘 나갈 때 관동대지진을 만나 공장과 가족을 잃은 후에도 신제품이 그를 되살렸다. 일본 최초로 개발한 라디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 성공한 청년실업가로 이름을 날리면서도 그는 겸손하고 따뜻했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장애인 공장을 세우고 재산을 종업원들에게 나눠줬다. 일대기가 연극으로 공연될 만큼 세인의 존경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업인으로서 그는 개척자로 불린다. 세계 최초의 제품군, 전자계산기와 액정 TV, 태양전지 등에서 샤프전자가 절대적인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는 것도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를 파고 든 덕분이다. 불행한 소년에서 세계적 기업인으로 성장한 그는 1980년 65세를 일기를 세상을 하직하며 두 가지 교훈을 남겼다. ‘모방하지 말고 다른 사람이 모방하고 싶은 것을 만들라.’ ‘인간보다 더 훌륭한 재테크 대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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