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샌드위치 크래커'와 '코끼리 밥솥'. 한국 시장을 말아먹을 것 같았던 제품들이다. 1970년대 말 정부가 과자 시장 개방을 발표했을 때 제과업계는 패닉에 빠졌었다. 도떼기시장이나 'PX 아줌마'를 통한 수입 과자의 질이 국산을 압도하던 시절이다. 막상 뚜껑을 연 결과는 달랐다. 품질이 좋아진 국산 과자류는 관세 대폭 인상의 충격을 이겨냈다. 주부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일본제 코끼리 밥솥도 요즘은 한국산에 기를 못 편다.
△단순 소비재뿐 아니다. 다국적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까르푸도 어렵사리 진출한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철수하고 말았다. 미국 영화의 직배 허용에도 국산 영화 상영관은 관객들로 북적거린다. 소비자의 애국심보다도 시장 개방에 맞서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없었다면 한국 경제는 벌써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이제 또 하나의 파도가 몰려온다. 가구업체들은 공룡 이케아의 진격에 맞서 시장을 지켜낼 수 있을까.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소비자들은 값싸고 질 좋은 제품에 쏠리기 마련이다. 이케아가 이 조건을 충족한다. '중국의 변두리 도시에서도 통하는 가격'이니 경쟁력은 말할 것도 없다. 소비자 성향이 한국은 다를 것이라고 하지만 고급 제품이든 조립식(DIY)이든 높기만 한 국내 가구가격에 대한 중산층 소비자의 불만은 이케아 돌풍의 근원이 될 수 있다. 43개국 349개의 이케아 점포 가운데 실용성향이 짙은 독일에 46개 점포가 몰려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물류업계 등에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과 달리 이케아의 진입으로 잃을 것도 많다. 당장 중소 가구업체는 대규모점포(SSM) 앞의 구멍가게 격이다. 더 큰 문제는 가구가 지니는 반영구적 내구성에 있다. 요람에서 책장이며 주방용품에 이르기까지 수입산에 포위된 생활은 '국산품 우선 사용'에 대한 인식을 희석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케아의 진입이 총체적 붕괴의 보이지 않는 신호탄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권홍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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