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야심 차게 추진해온 '2028년 하계 올림픽' 유치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부산시도 재정이 빠듯해 독자유치가 어려워 인근의 울산시와 경남도와 공동으로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지만 이들 시도 역시 재정형편이 녹록지 않아 난색을 보이고 있어서다. 더구나 서병수 부산시장의 치적을 위해 울산과 경남도가 '동원'되는 듯한 묘한 분위기마저 생겨나면서 3개 시도가 대화를 하면 할수록 공동유치 전선에 금이 가는 모양새다.
10일 부산·울산시 등에 따르면 최근 울산시청에서 열릴 예정이던 부산시와 울산시 간 실무협의회가 무산됐다. 부산시는 이날 회의에서 양측 실무자가 참여하는 '하계 올림픽 유치 공동 기획단(TF)'을 구성하는 등 속도를 내려고 했지만 회의 자체가 열리지 않으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발단은 이날 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던 현안들이 사전에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다. 울산시는 즉각 "부산시가 회의 사실을 사전에 언론에 알리며 여론을 통해 공동유치를 압박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실무협의 자체도 거부했다.
부산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울산시의 반발이 워낙 커 발길을 돌려야 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단순한 실무자 모임이었고 간단한 인사 정도만 나눌 계획이었는데 언론에는 상당한 진척이 있는 것처럼 보도돼 황당했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숨은 속내는 더 복잡하다. 표면적으로는 실무협의회 논의 내용이 윗선에도 보고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에 사전 공개된 데 따른 불만이지만 속내에는 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경기장 신설 등에 따른 천문학적인 재정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가뜩이나 재정상황이 열악한 상황에서 거액이 드는 하계올림픽을 공동 유치했다가는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공동 주최의 한 축이던 경남도는 일찌감치 공동유치 논의에서 빠져나왔다. 올림픽 유치로 인한 실익보다 안아야 할 재정부담이 더 크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경남도의 불참 선언 이후 마지막 남은 공동유치 파트너인 울산시마저 난색을 보이면서 부산시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이에 부산시는 공동유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지만 울산마저 빠지게 되면 올림픽 유치를 위한 막대한 재정부담을 홀로 감당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3개 시도 단체장 간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작용한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울산=장지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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