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총장 측은 이날 배포한 '언론대응 자료'를 통해 "최근 일부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반 총장의 향후 국내 정치 관련 관심을 시사하는 듯한 보도를 하고 있다"며 "반 총장은 전혀 아는 바도 없고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설을 부인한 것이다. 그는 과거 뉴욕 특파원들과의 여러 차례 만남에서도 "유엔 사무총장직에 충실하겠다"며 국내 정치와 선을 그어왔다.
반 총장 측은 "각종 분쟁과 테러 위협, 에볼라 사태 등 유례없는 도전을 맞아 반 총장은 국제사회의 결집된 대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출신국 국내 정치 관련 보도가 계속되는 경우 유엔 회원국 등으로부터 불필요한 의문이 제기됨으로써 사무총장 직무수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반 총장은 불편부당한 위치에서 국제사회 전체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유엔 사무총장을 자신의 의사와 전혀 무관하게 국내 정치에 연계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며 "앞으로 여론조사를 포함한 국내 정치 관련 보도를 자제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오는 2016년 말 임기가 끝나는 반 총장은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의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의 지난달 29일 세미나에서 반 총장의 2017년 대선 출마 가능성이 화두에 오르고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반기문 야당 영입설'을 거론하면서 '반기문 대망론'이 확산되고 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좌장인 권 상임고문은 지난 3일 "반 총장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와서 (반 총장이) 새정치연합 쪽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왔으면 쓰겠다(좋겠다)는 의사를 타진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여의도 증권가에서 '반기문 테마주'까지 극성을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직업 외교관인 반 총장의 성격상 '권력 의지'가 약해 복마전인 정치판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여야 정치권의 '반기문 띄우기'도 실제 반 총장을 대선 후보로 옹립하기보다는 상대방 계파의 대선 주자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각에서는 반 총장 측이 이번에 '대선이 나가지 않겠다'고 명확히 못 박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태도 변화의 여지를 열어놓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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