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수석과 대변인이 없어도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는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요즘 우스갯소리로 하는 얘기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태로 홍보수석과 두 명의 대변인 중 한 명이 빠졌는데도 불구하고 홍보라인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기자들은 이전과 다른 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청와대 초기 인선 결과가 어땠는지 보여주는 대목 중 하나다.
다음달 4일로 출범 100일을 맞는 박근혜 정부의 100일은 인사에서 시작해서 인사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 출범 초기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부터 시작해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김병관 전 국방부 장관 후보자 등 고위공직자들이 잇따라 낙마한 데 더해 최근 윤창중 사태로 이남기 전 홍보수석과 윤 전 대변인까지 낙마했다. 출범한 지 100일도 되지 않아 정부 차관급 이상, 청와대 비서관 이상 공직자 중 14명이 낙마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5일 언론사 정치부장들과의 만찬에서 "인사위원회를 통해 좀 더 다면적이고 철저하게 검증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라며 인사시스템 개혁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창중 사태가 발생한 지 20여일, 박 대통령이 변화에 대해 언급한 지 열흘여가 지난 아직까지 인사시스템 개혁은 감감무소식이다. 청와대 관계자들 중 "많은 인원을 짧은 시간 안에 검증해야 하는 초기 인선과 지금은 다를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는 이들은 많지만 부실 인사 논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떤 변화를 할 것인지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은 없다.
과거 인사 실패 논란 후 노무현∙이명박 정부가 각각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 도입과 200여개 항목에 달하는 자기검증 질문지 작성 등 시스템 보완에 착수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박근혜 정부의 취임 100일은 기자회견 등의 행사가 없는 '조용한 100일'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벤트에 치중하는 속 빈 강정 같은 모습보다는 피부에 와 닿는 성과로 보여주려는 의도일 것이다. 각종 인사 논란으로 100일 동안 비싼 수업료를 치른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성과가 인사시스템 개혁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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