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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부자 증세만으론 복지 못 늘린다


우리나라의 복지 지출은 우리 경제가 고도성장기를 지나 저성장기로 접어들기 시작한 지난 1990년대 이후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복지 지출은 4대 사회보험 도입ㆍ확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등 사회안전망 확충을 필두로 연평균 증가율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상회하게 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보육 지원과 사회서비스 확대, 기초노령연금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 등으로 복지 지출의 증가가 가속화됐다.

중산층 이하 세금부담 확대 불가피

지난 4ㆍ11 총선을 앞두고 분출된 정치권의 무상복지 공약들은 우리나라가 그동안의 '저(低)부담 저복지'유형에서 '중(中)부담 중복지'혹은 '고(高)부담 고복지'체제로 변환이 불가피해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복지 지출은 약 89%가 대상자 및 급여수준이 법령으로 정해져 있는 법정 지출로 이뤄져 있다. 이는 신규제도 도입이나 대상자 확대 없이 현 제도를 유지하기만 해도 복지 지출이 자연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기존의 복지제도를 유지만 해도 GDP 대비 복지 지출은 2010년 약 8.9~10.9%에서 2030년경 약 15.2~20.6% 정도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복지 지출의 증가는 그에 상응하는 국민부담률의 증가를 의미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국민이 이러한 복지 지출과 세금 증가가 자신의 부담 증가보다는 고소득층의 세금이 늘어나는 것을 전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부담 증가를 전제로 복지 지출 증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경우 사회적으로 적절한 수준보다 높은 복지 지출이 바람직하다는 의사 표현이 이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공공부조형 복지가 근간을 이루는 복지체제에서는 부유층이 부담하고 저소득층이 수혜하는 형태의 재분배 정책이 적절하다. 그러나 복지 수혜자가 중산층까지, 더 나가 보편적 복지로 확대되는 경우에는 세금부담의 주체도 중산층, 더 나가 저소득층까지 확대되는 것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실제로 보편적 복지 정책을 운용해온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소득에 따른 세부담의 차이가 없는 부가가치세율(한국 10%)이 20%대를 넘어서고 있다. 또 근로소득세 비중은 높은 반면 고소득층의 세부담이 높은 자산소득세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점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최근 세수확충 방안으로 회자되고 있는 부유 자산에 대한 버핏세는 누진적 조세체계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며 대중적 인기를 모을 수 있다. 그러나 부유층에만 추가 세수부담을 지우는 것은 상징적 효과에 비해 실질적 증세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사회보장세 도입, 적정 수준 관리를

따라서 세수증가 속도가 지출증가 속도에 미치지 못하게 될 경우 궁극적으로 누가 부담을 지게 될 것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인구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국면에서는 미래 세대와 젊은 세대가 현 세대와 장년 세대보다 복지 지출 부담을 더 안게 되는 세대 간 형평성 문제도 발생한다.

복지 지출을 위한 세수 증대 필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잔치가 끝난 뒤 청구서를 가지고 싸우기보다는 청구될 비용을 나눠 부담하는 잔치를 하는 것이 지혜롭지 않을까. 세수 증대가 불가피하다면 프랑스처럼 소득세ㆍ자동차보험료 등에 부가하는 형태의 사회보장세(가칭) 도입 방안을 정치적 심판대 위에 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인지하기 어려운 세금부담이 슬쩍슬쩍 늘어나는 것보다는 복지 지출에 따른 국민 부담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해 우리 사회의 적정 복지 지출과 국민부담률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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