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위험하다면 국민 역시 불안해질 수 밖에 없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경찰에 투신해 일해왔던 현직 경찰서장(경기도 평택경찰서장ㆍ총경)이 낸 책이다. 20년 경찰현장 경험과 법을 다루는 율사(律士) 특유의 예리하고 특수한 단상들이 엮어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안전사회'의 최전선이 경찰행정이라는 점에서 시사적이기도 하다.
경찰이 위험해진 이유는 뭘까. 저자가 보는 경찰의 문제는 ▦성과에 급급한 문화 ▦현장 기피 문화 ▦외부와 소통 부재의 문화다. 박 총경은 "범죄자들이 점점 조직화ㆍ기동화 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경찰 안팎의 문제에 대해 말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 펜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법 이전에 사람이 먼저'라며 경찰도 감성과 사람 냄새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대목이 흥미롭다. 과거 복싱신인왕 시합 전날 동생이 시합에 나가는 형을 위해 삼겹살을 훔쳤던 일이 있다. 동생을 절도죄로 형사입건해야 할까. 저자는 절도의 동기가 필요하고, 법에도 피와 눈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경찰수사는 특성상 국민의 권익을 크게 제약하게 된다. 구속ㆍ압수수색ㆍ통신자료 추적 등의 과정에서 한 개인은 물론 가정까지 파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직장에서 쫓겨나고 이혼하며,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개인적인 명예를 위해 자살하기도 한다."
저자가 "경찰조직이 국민들의 마음 속 상처를 끄집어내 치료해주는 기관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하는 배경이다. 저자는 "경찰을 퇴임하면 그간의 경험을 살려 억울하게 전과자가 된 사람들처럼 처지가 어려운 분들을 돕는 법률구조활동을 하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책의 인세는 암투병 경찰관 치료와 공상혜택을 위한 법률구조기금으로 내놓았다. 1만5,000원. /정승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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