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스틸은 2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매키스포트와 텍사스주 벨빌에 위치한 유정용 강관 공장 2곳이 오는 8월 초부터 무기한 조업중단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이번 조치가 저가 수입품 공세에 시달리는 미 철강업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마리오 롱기 최고경영자(CEO)는 "불공정 무역으로 중산층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외국 경쟁자들에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조업중단으로 일자리를 잃게 될 노동자는 260여명이며 US스틸이 가동하는 미국 내 유정용 강관공장도 10개에서 8개로 줄어든다.
러시아 강관 제조사 OAO TMK의 미국 자회사 TMK IPSCO도 이와 유사한 이유로 조업중단을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데이빗 미치 TMK IPSCO 회장은 "한국산 유정용 강관이 미국산보다 10~20% 싸 직원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며 한국 기업을 비난했다.
최근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 등이 미국에 수출하는 유정용 강관의 양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셰일가스 개발붐이 일면서 원유·천연가스 채취 및 생산에 사용하는 유정용 강관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미 유정용 강관 수출은 지난 2013년 8억1,800만달러로 2011년에 비해 45.5%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한국 등의 강관제품 수입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 철강업계의 공격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7월 US스틸 등 9개 미국 철강업체들은 한국 등 9개국 유정용 강관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요청했고 인도·필리핀·사우디아라비아·태국·터키·우크라이나·베트남산 제품의 경우 혐의가 인정돼 최고 118.32%의 반덤핑 관세가 부과됐다. 반면 미 상무부는 2월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덤핑 혐의가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
미 철강업계는 이에 승복하지 않고 정치권을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에 나서 미 연방 상원의원의 절반이 넘는 56명이 이를 재고하라는 서한을 상무장관에게 보내기도 했다. 미 상무부는 7월7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8월21일 각각 반덤핑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조차 철강업계의 행태에 대해 자유무역 원칙을 훼손할 뿐더러 산업 전반에도 득될 게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경제매체 포브스는 한 칼럼에서 "누군가 미국에 더 좋은 제품을 더 싼 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면 미국 경제에 이득"이라며 "철강업계의 불평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WSJ는 "한국산 제품이 미국산보다 질·가격면에서 우수하다"는 미국 철강제품 판매업자의 의견을 인용해 "중간상인들 역시 철강업계의 입장을 납득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철강업계가 로비에 성공해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덤핑 판정이 내려진다 해도 별 소득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법에 따라 덤핑 판정은 5년마다 재검토되며 법률 해석도 그때그때 다르기 때문이다. 한편 국내 업계에서는 미 상무부와 ITC가 기존 결정을 뒤집고 덤핑 판정을 내릴 경우 국내 1, 2위 강관업체인 현대하이스코와 세아제강 등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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