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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닻 올린 아베의 군국주의

이학인 국제부장


지난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자신이 그토록 열망하는 '정상국가 일본'을 향한 행보에 큰 방점을 찍었다. 집단자위권 확보를 위한 헌법해석 변경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어린이를 업은 엄마, 그 엄마를 껴안고 있는 또 다른 아이, 그리고 노부부를 그린 대형 패널을 가지고 집단자위권의 정당성을 역설하는 기자회견은 그가 얼마나 노련하고 집요한 인물인가를 잘 보여준다. 외국에서 사는 선량한 일본인들이 미국 함선을 타고 분쟁 지역에서 탈출하다 공격을 받아도 일본은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설명은 일본인들의 애국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집단자위권이 이처럼 일본 국민들의 보호를 위한 수단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너무나 명백하다. 일본 집단자위권을 옹호하는 미국의 의도는 중국 견제다. 이를 활용해 실제적인 위협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전후체제 탈피를 통해 미국의 그늘을 벗어나고 지역 패권을 놓고 중국과 겨루겠다는 것이 아베의 야심이고 그 첫발이 집단자위권 확보라고 보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

정치인 아베는 고비마다 우경화 정책을 통해 성공을 거뒀다. 그는 2012년 중의원선거를 앞두고 처음 총리를 했을 때 야스쿠니를 참배하지 않은 것이 통한의 극치라며 총리가 되면 한해에 한번은 참배를 하겠다고 해 우익의 지지를 끌어냈다. 지난해 참의원선거에서도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센카쿠 분쟁 등을 이슈화해 재미를 봤다.

자위권 확보 위한 헌법해석 변경 선언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아베의 우경화 행보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잃어버린 10년을 거치면서 지치고 좌절한 많은 일본 국민들은 강한 일본을 외치며 아베노믹스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아베를 여전히 지지하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일본 회사신화의 부활이라는 분석이 있다. 2차 세계대전 패망 후 일본에서는 기업이 희망이었다. 세계로 거침없이 뻗어 나가는 일본 기업들에 일본국민들은 환호했고 기업은 종신고용과 연공서열 연금 등으로 일본인의 현재와 미래를 보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식회사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거치면서 허물어 내렸다. 이 틈을 아베가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는 젊은 세대에 자존심을 심어줬고 경제가 다시 살아나 일본인들의 미래를 보장할 것이라는 신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아베 정권의 약점도 드러나고 있다. 우선 일본 국민들이 원하는 경제회복을 아베노믹스가 가져다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엔저에도 불구하고 경제회복은 더디고 경상수지는 적자를 향해가고 있다. 소비세 인상이 가져올 소비위축을 임금인상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다. 팽창적인 통화정책만으로는 일본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사실도 분명하다. 여기에 수반돼야 할 구조조정은 더디기만 하다.

우경화에 대한 일본 내의 반감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지난달 실시된 아사히신문의 아베 정권 지지율은 48%로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개헌이 아니라 헌법해석 변경이라는 편법을 동원해 평화헌법의 근간을 흔들려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매체들이 아베의 기자회견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집단자위권 반대가 절반이 넘었다. 아베 정권이 여러 가지 조건을 붙여 제한적인 집단자위권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일본 야권에서는 집단자위권 행사가 한정적이 된다는 보장이 어디에도 없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들은 아베의 행보에 제동을 걸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그의 비뚤어진 역사인식과 왜곡된 신념, 그리고 정치적 기반을 볼 때 오히려 더 노골적으로 군국주의의 길로 나갈 공산이 크다. 아베는 지난 독일 방문 중 "독일과 일본은 다르다"며 침략전쟁을 부인하기조차 했다.

일본내 비판에도 우경화 가속할 듯

미국의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는 70년 전 일본을 분석한 명저 '국화와 칼'에서 일본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원인을 일본의 철저한 계층제도에서 찾았다. 위로부터 아래까지 계층적으로 조직된 일본사회처럼 국제사회도 재편돼야 한다는 게 당시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인식이었다. 아시아에서 미국·영국·러시아를 쫓아내고 중국을 동생으로 만들어 아시아 국가 간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베는 21세기판 대동아 공영을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베의 집단자위권 확보 공언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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