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국자는 이날 워싱턴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지난해 무산된 2·29 북미 합의에 비해 좀 더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기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6자회담 재개에 앞서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핵실험 모라토리엄(유예)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등 북한 영변의 핵시설이 가동되지 않는 것을 사전조치 또는 신뢰구축 조치의 형태로 확인받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당국자는 중국 우다웨이 6자회담 수석대표가 지난주 미국 측과 협의한 이른바 ‘중재안’에 대해 “중국이 과거보다는 북한의 핵포기 쪽으로 전향적 입장을 갖고 있고 단순히 주최국이 아니라 의장국으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과 미국이 원하는 만큼 오지 않았다”며 “내용으로 볼 때는 상당히 서로간에 조율해야될 필요성이 크다”며 “갑작스럽게 종결되거나 완결되기를 기대하기는 무리인 것 같다”고 회담 조기재개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그는 그러나 “중국의 입장이 과거 한·미와의 입장차보다는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북한 김정은의 방중이 실현되지 않는데다 3차 핵실험 이후에는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결연히 핵보유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최근 미국과 협의한데 이어 중국 측과 협의할 것”이라며 “중국이 조건없이 6자회담을 열자는 과거 입장과는 달리 회담재개를 위한 긍정적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데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의 진전에 기여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 당국자는 최근 미국 측과의 협의 결과에 대해 “양국의 입장이 한치도 다르지 않고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대화가 재개되면 비핵화에 실질적 기여가 될 수 있도록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담재개 시기를 묻는 질문에 “대화재개 여건을 조성해가는 단계여서 시기를 점치기는 힘들다”며 “만일 북한이 도발하거나 핵군축을 하자고 주장한다면 이른 시일내에 정치적·여론적 지지가 감소하고 6자회담 재개 프로세스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핵능력 증강 움직임과 관련해 “영변 5MW(메가와트) 흑연감속로를 재가동하는 징후가 포착됐고 우라늄 농축시설을 증대시키는 것 같은 조짐 등 몇가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며 “이는 핵능력 증강일 수도 있으나 향후 협상에 대비해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하 포석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추후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실험 등 여러가지 도발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아직은 그럴만한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회담재개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회담초기에 신뢰구축 조치를 취하겠다고 주장하는데 대해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담호나 신뢰구축 조치를 뒤로 미루려는 일종의 ‘살라미’(꼬리자르기) 전술을 펴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한·미 양국의 관심은 전술보다는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 쪽에 가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전날 미국 국무부 청사에서 미국측 카운터파트인 글린 데이비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와 4시간 가까이 회담을 한데 이어 이날 오전 두시간 가량 후속회의를 하는 등 모두 6시간에 걸쳐 ‘마라톤회담’을 가졌다.
조 본부장은 또 이날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에반 메데이로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과도 면담했다.
조 본부장과 데이비스 대표, 이하라 준이치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참석하는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은 6일 오후 2시부터 두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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