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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에 가면 관광가이드가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도 외국에 가면 느끼는 일이지만 대개 관광가이드의 얘기가 잘 들리지 않아 중요한 대목을 놓치기가 십상이다. 서울 덕수궁에 가면 이런 일이 없다. 관광객들은 모두 자그마한 헤드셋을 하나씩 귀에 꽂고 관광가이드의 설명을 듣는다. 궁금한 대목이 나오면 멀리서도 바로 질문을 하고 관광가이드는 역시 헤드셋을 통해 답을 해준다.
덕수궁이 고궁 설명에 활용하고 있는 이 헤드셋은 경북 구미공단의 세영정보통신이 개발했다. 세영정보통신은 국내에서 사용되는 모든 통신 분야의 교환기를 비롯한 전자통신장비 수리 시스템을 갖춘 국내 유일의 회사로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세영정보통신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07년부터 12억원을 투자, 근거리 무선 다중 오디오 데이터 전송기술을 활용해 CDMA 기반의 헤드셋인 '위위(WiWi)'를 최근 개발했다.
위위는 3가지 특허기술이 적용된 신제품으로 사용영역이 넓어 성장을 주도할 제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9월 시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대구 국제임베디드 컨퍼런스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반경 100미터 이내에서 최대 255명까지 양방향 통신이 가능해 각종 사업장과 여행지 현장 설명 등에 적합하다.
덕수궁에서는 이미 위위가 사용되고 있다. 또 군 부대에서는 야외 전술훈련과 사격지휘를 비롯해 위병초소나 외곽 경계근무초소 초병들과 지휘자간의 비밀통신에 적합하다. 이밖에 주요인사 경호요원들에게는 필수적인 장비로 부각될 수 있는 등 활용 분야가 다양하다.
이세영 세영정보통신 사장은 "특정 지역에서 필요한 사람들이 무선통신을 할 때 일반적으로 무전기를 쓰는데 무전기는 일단 무거워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간단한 이어폰 형식의 위위가 앞으로 무전기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영정보통신은 위위 개발에 그치지 않고 제품 업그레이드에도 힘쓰고 있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것은 특수 통신대역에서 쓸 수 있는 제품이다. 국빈급 VIP가 방문하는 지역은 대개 일시적으로 일반적인 주파수대의 통신이 차단된다. 세영정보통신은 이 주파수 대역을 넘어 통신이 가능한 부품을 개발중으로 개발만 되면 전세계 지도자들의 경호용 등으로 공급이 가능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헤드셋의 보급과 관리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소형 스피커와 연결하는 시스템은 이미 개발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헤드셋을 사용할 필요 없이 멀리 떨어진 안내자의 설명을 소형 무선 스피커로 들을 수 있다. 이 시스템을 학교나 학원 등에 설치하면 기존 실내에 설치된 마이크나 스피커와 무선으로 연결돼 출력을 올라갈 수도 있다.
세영정보통신은 지난 98년 삼성네트워크 사업부에서 분리된 이후 구미공단에서 유ㆍ무선 통신기기 수리업체로 단기간에 탄탄한 입지를 굳혔다. 이 사장은 창업하자마자 해박한 전문지식을 무기로 삼성과 주요 통신ㆍ모바일 업체를 주요 고객으로 확보했다. 사업 특성상 직원들의 능력 제고에도 힘써 이 회사에 다니는 120여명의 직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4년제 대학 졸업자로 채우기도 했다. 또 매년 최고급 기술을 가진 교수들을 방학 동안에 1개월씩 초청해 새로운 기술을 보완하고 있다.
이 사장은"어떤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고객에게 단가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유통되기 어렵다"며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가를 줄일 수 있는 앞선 기술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선 기술력으로 저렴한 가격의 위위 보급에 힘쓰는 한편 위위의 사용분야를 넓힐 수 있는 다양한 제품군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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