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가 3대 신용평가사 중 처음으로 미국의 국가신용도를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무디스는 1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국가신용등급은 종전과 다름없이 최고 등급인 'Aaa'를 유지했다.
등급 전망이 지난 2011년 8월 '부정적'으로 하향된 지 2년여 만에 '안정' 기조를 회복함에 따라 미국의 국가신용도는 금융위기 전 역대 최고 수준(Aaa 등급 ㆍ안정적 전망)을 되찾았다. 신용등급의 '안정적' 전망이란 향후 1~2년 내에 국가신용등급이 하향될 우려가 없다는 뜻이다.
무디스는 성명에서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감축 노력이 진전을 보이고 있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한다"며 "미국의 부채 수준이 추가적인 예산정책 없이도 무디스가 제시했던 안정적 등급 전망 기준을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의 재정적자는 2013년 회계연도가 시작된 지난해 10월부터 올 5월까지 5,098억달러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00억달러 이상 줄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이로써 지난 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국내총생산(GDP)의 7%에 달했던 재정적자 비율도 올 회계연도에는 4%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무디스의 이번 조치로 지난달 말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중장기 부채감축 의지를 지적하면서 촉발됐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우려는 일단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 경기에 대한 낙관론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디스는 "미국의 경제성장은 여전히 완만한 편이지만 다른 주요국들에 비해 돋보인다"며 미국이 유럽ㆍ일본ㆍ중국 등 기존 주요국들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정부 국채 중개를 담당하는 뉴욕 소재 RW프레스리치의 래리 밀스테인 이사는 "미국의 재정적자 개선 기조가 질서정연한 모멘텀을 찾고 있다"며 "신용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소식이 중장기 국채가치 등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무디스는 미국 내 베이비붐 세대들의 고령화와 맞물린 연금ㆍ의료보험 부담이 늘어나는 가운데 중장기 재정적자를 어떻게 조율할지가 미 신용등급의 중장기 하향 압력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신용등급 및 전망은 금융위기가 가중되던 2011년 3대 신평사로부터 일제히 하향 조정된 뒤 그대로 유지돼왔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2011년 11월 무디스와 마찬가지로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같은 해 8월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한 단계 낮은 'AA+'로 강등했다가 지난달 등급 전망만 '안정적'으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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