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종합건축사사무소(무영건축)가 지난해 말 경영난으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무영건축은 건축설계업계 10위의 대형 건축설계사무소다. 지난해 초 공간건축에 이어 무영건축마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건축설계업계의 연쇄 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건축설계업계에 따르면 무영건축은 지난해 12월 초 수원지방법원 파산부에 법정관리를 신청, 같은 달 13일 법원으로부터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받았다.
1985년에 설립된 무영건축은 일산 킨텍스제2전시장과 MBC일산드림센터·시몬느사옥 등 주요 건축물을 설계하면서 업계 10위권으로 발돋움했다. 2012년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한국수력원자력·한국소비자원 등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의 신사옥 설계를 대거 수주해 주목을 받았다. 중국·베트남 등지에서 해외 수주실적도 꾸준해 2000년 205억원이던 매출이 2012년 489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공공기관 신사옥 특수가 사라지고 아파트 재건축 사업도 지지부진하면서 자금난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도 발목을 잡았다. 무영건축은 무산된 파주 운정 유니온아크 사업과 양재동 파이시티 사업에 참여했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도 한 몫했다는 지적이다. 안길원 전 회장은 2001년부터 회삿돈 84억여원 등 178억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무영건축에 앞서 명승건축그룹도 지난해 10월 말 법정관리를 신청해 11월말부터 개시 절차에 들어갔다. 명승건축은 군부대·종교시설과 아파트 설계에서 강점을 보여온 중견 업체다. 베트남·스리랑카·아프가니스탄·이라크 등 해외에도 진출했으며 강원도 춘천에 대규모 체류형 문화예술 복합공간인 '다암예술원' 조성에 나서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인지도가 높은 건축설계업체들이 잇따라 법정관리로 내몰리면서 업계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대형 업체는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중견·중소업체들은 일감 부족으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폐업과 인력 감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공발주 감소와 민간 사업 위축으로 건축설계사무소들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발주방식 개선과 설계비 현실화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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