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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합의'는 없고 '설문' 정치만…
입력2011-12-14 17:52:50
수정
2011.12.14 17:52:50
"이런 설문조사를 왜 돌리는지 모르겠다. 국회의원으로서 창피하다."
최근 민주당의 임시국회 등원 여부를 두고 당내 원내대표단이 돌린 설문조사에 대해 한 의원이 한 말이다. 각자가 개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에게 획일된 답변을 요구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행동의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지도부의 시도 자체가 사리에 맞지 않고 다른 무엇보다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합의와 타협을 제1의 덕목으로 삼아야 할 정당인 민주당 내에서 이처럼 의도가 분명한 설문정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주당은 논란이 컸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를 둘러싸고 여러 차례 설문을 돌렸다. 비준안 처리 전 한나라당과의 합의 처리를 이끌고자 한 협상파가 나름의 중재안을 만들어 의원들의 동의를 구한 바 있고, 그 다음날엔 강경파가 협상파를 반대 혹은 압박한다는 의도에서 설문조사를 돌렸다. 이때에도 의원들은 대부분 "왜 이런 걸 돌리는지 모르겠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내에서 이 같은 설문정치가 난무하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당내의 이견 조정장치나 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양한 의견의 수렴과 이를 조정하는 것은 민주주의 정당정치의 기본이다.
개별 의원들의 생각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합의나 타협을 도출해낼 능력이 없다는 것은 정당으로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또 개별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중재하거나 혹은 양보를 이끌어낼 지도부의 리더십도 부재하다는 것을 민주당의 설문정치는 보여주고 있다.
정치는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개별적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의견을 한곳으로 모으는 업인데 민주당은 자기 식구들의 이견조차 조정하지 못하고 있다.
설문조사를 통해 다수의 의견을 찾는 게 대의 민주주의에서 뭐가 잘못된 일이냐며 억울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다수결 정치, 수에 의한 힘의 정치에 매번 당하기만 한 게 바로 민주당 자신들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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