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라니… 편의점 알바 충격 실태
편의점·PC방 최저임금 나몰라라■ 서울 번화가 아르바이트 실태 살펴보니…5곳 중 1곳 시간당 4860원 미달점주 "신고해도 문제 안돼" 당당그나마 일자리 부족한 대학생 "울며 겨자먹기로 일할 수 밖에"
서민준기자 morandol@sed.co.kr
최근 들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편의점과 PC방을 중심으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가계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서 한푼이라도 벌어야 등록금에 보탤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구직 희망자에 비해 아르바이트 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 이 같은 궁금증을 안고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직접 구직자가 돼 서울 종로와 서대문 일대 주요 번화가를 돌아봤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은 지난해(4,580원)보다 6.1% 오른 4,860원.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돌아본 서울 종로구 명륜동과 서대문구 신촌동 일대의 편의점과 PC방의 상황은 예상했던 대로 열악했다. 방문 조사를 한 30개 사업장 가운데 5곳 중 1곳 꼴로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제시했다.
종로의 한 편의점은 오전9시~오후3시에는 시간당 4,300원, 오후3~11시에는 4,600원, 오후11시~다음 날 오전9시에는 5,000원을 주겠다고 했다. 심야시간대만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겼을 뿐 오전 시간대의 경우 지난해 최저임금조차도 안되는 돈을 줬다. 한 PC방은 출입문 앞에 '알바(아르바이트) 구함, 시급 4,500원'이라고 써 붙였다. PC방 사장은 "(최저임금과 상관 없이) 더 이상 주기 어렵고 앞으로 올릴 계획도 없다"고 못박았다.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해 신고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물음에도 점주들은 "문제될 게 없다"며 당당한 태도였다. 한 편의점주는 "아르바이트가 신고하면 수습기간 3개월간 시급의 10%를 깎아 4,374원만 줘도 된다는 조항을 들이밀면 된다"고 말했다. 점주의 말대로 3개월간 수습기간 적용은 가능하지만 이는 1년 이상 일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했을 때만 유효하다. 대부분 아르바이트는 계약서를 쓰지도 않고 단기에 끝나므로 점주가 제멋대로 조항을 해석한 셈이다.
이처럼 점주들이 고자세를 보이는 것은 최저임금제를 지키지 않아도 크게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근로자가 권리구제를 신청했을 때 당사자들을 불러 사실 확인을 한 뒤 지급 결정을 내린다. 고용부 관계자는 "업주가 반복 위반시 최대 사법처리까지 할 수 있지만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며 "신고시 아르바이트생도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다 보니 참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구직자가 최저임금 미만 지급업소를 피하면 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최근 경기침체로 가계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서 등록금을 손수 벌어야 하는 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대거 아르바이트 시장에 쏟아져나오고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저임금 노동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수능을 마치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조모(19)씨는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마땅히 다른 대안을 마련하기도 어려워 그냥 일하고 있다"며 "대학에 들어가면 다른 일자리를 찾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 이모(26)씨는 "최저임금을 정하는 데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제대로 지킬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