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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세상사의 비극·인간애 렌즈에 담아

■퓰리처상 사진(핼 부엘 지음, 현암사 펴냄)



예루살렘 인근의 유대인 정착지인 아모나. 2006년 2월 1일, 이곳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영토에 건물을 세운 것에 대해 이스라엘 법원이 불법 판결을 내려 철수를 명하자 정착민과 정부군 보안대는 격한 대치상황에 빠져들었다. 검은 옷을 입은 군인들은 허술한 바리케이드를 밀어붙이며 건물들 쪽으로 전진했다. 정부군의 곤봉 앞에 정착민들은 돌을 던지며 맞섰다. 이 때, 녹색 웃옷에 긴 치마를 입은 한 소녀가 군인 쪽으로 달려들었다. 15세의 아모나 주민 닐리(사진 맨 오른쪽)는 수백 명의 군인이 버티고 있는 방패를 온몸으로 막아내려 애썼다. 흡사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연상시키는 한 장면이었다. 이를 촬영한 AP통신의 사진기자 오뎃 밸릴티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대립을 취재해 온 인물로 2007년도 퓰리처상 차점자 중 하나에 올랐다. 이 사진은 또한 "이스라엘 정부가 마침내 유대인 정착민에 대해 조치를 취했다"는 견해와 "정부의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 공동체에 대한 불필요한 강압과 공격으로 나타났다"라는 상반된 의견을 불러내 한바탕 논쟁의 중심이 됐다. 사진 한 장은 이처럼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해석을 끄집어낸다. 특히 생생한 실제 사건을 포착한 보도사진은 인권 문제, 전쟁의 이면, 재난의 순간 등 특종을 넘어'역사'로서 장엄한 의미를 갖는다.'저널리즘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퓰리처상은 세상의 비극을 기록하는 동시에 감동적인 사랑과 인간애를 증언해 오고 있다. 1942년부터 올해까지 지난 70년간 퓰리처상을 받은 사진들의 역사가 한 권에 모두 담겼다.그동안 국내에서 열린 2번의 퓰리처상 사진전(展)과 관련해 사진만 담은 도록이 나오기는 했으나 이처럼 상세한 당시 보도내용과 연대표를 함께 수록한 사진집은 국내 첫 출간이다. 책장을 넘기면 태평양 전쟁 당시 이오섬의 성조기 게양부터 베를린 장벽 붕괴, 로스엔젤레스 폭동의 상처와 올해 초 아이티 대지진의 참상까지 다시 보며 '각성'할 수 있다. 동시에 전쟁의 와중에 골목길에서 양동이 하나에 물을 받아 서로를 챙기며 목욕하는 아이들이나 동료가 졸고 있는 동안 보초를 서는 군인의 모습, 승리의 희열에 젖은 운동선수의 표정들은 짙은 인간애와 함께 이를 촬영한 사진가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한다. 책은 초기 대형카메라, 20세기 중반 소형카메라, 컬러사진과 디지털 사진 등 메커니즘의 발전단계로 수상작을 나눠 전체 5부로 구성됐다. 5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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