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책] 백발의 거장, 아버지를 말하다

■ 익사(오에 겐자부로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일본 현대문학의 거장 '오에 겐자부로' 처음으로 아버지 전면 내세운 소설 출간

큰아버지에 성폭행당한 우나이코 통해 패전후 지속된 여성억압 등 무게감 있게 그려

과거사 반성없는 일본과 묘하게 오버랩

일본의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동교동 한 카페에서 열린 소설 '익사' 출판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설이라는 형식 안에서 내가 해야만 하는 모든 것은 '익사'에서 끝냈다고 생각합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이자 일본 현대문학의 거장인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80)는 본인의 장편소설 익사에 대해 이렇게 자평했다.

저자의 말처럼 익사는 그 동안 다루고 싶었지만, 전면으로 내세우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소설의 주인공인 조코 코기토의 입을 빌려 전개해 나간다. 아버지를 찾는 모습은 죽음을 지근 거리에 두고 있는 저자의 마지막 '소원풀이'로 그치지 않는다. 겐자부로는 코기토가 지체 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과 함께 하며 아버지 찾기를 하는 설정을 통해 부자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저자는 실제 소설 속 주인공과 같이 장애를 가진 본인의 아들 실명을 책 속에 실었다.

사회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는 지식인답게 패전 후 지속되고 있는 여성에 대한 억압 등 잘 드러나지 않는 일본의 모습들도 무게감 있고 치밀하게 그려낸다.

아버지를 모티브로 한 익사는 자신의 페르소나인 코기토가 익사 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이 들어 있는 '붉은 가족 트렁크'를 얻게 되면서 시작된다. 코키토의 아버지는 일본이 패전한 이후 혼자서 '궐기'를 위해 나갔다가 타고 있던 배가 홍수에 뒤집히면서 사망한다. 코기토는 아버지 배에 함께 타지 못했고, 이 일로 60년 가까이 아버지가 배 위에 타는 모습을 꿈에서 보게 된다. 배에 함께 오르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인지 아버지보다 아버지로서 삶을 더 산 코기토에게 당신의 모습은 홍수로 돌아가셨던 유년 시절 모습 그대로다. 소설가인 코기토는 언젠가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익사소설'을 내겠다고 결심하고 있었지만,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작품을 쓸 수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여동생인 아사는 모친 사후 10년 만에 코기토에게 연락을 해 '붉은 가방 트렁크'를 건네 받는다. 그러나 트렁크 안에는 작품을 쓰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은 별로 없었다. 더욱이 어머니가 배를 타고 나간 아버지의 행동을 궐기가 아닌 도피라고 판단하자 코기토는 익사 소설을 완성하는 일을 그만두게 된다. 이후 코기토는 아들 히카리와 갈등하며 삶에 대한 의욕마저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 소설에서 코기토와 함께 비중 있게 다뤄지는 극단 '혈거단'의 여성 단원 우나이코와의 정신적 유대 관계를 맺게 된다.

우나이코는 어려서 국가 고위공무원이였던 큰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한 과거가 있다. 우나이코는 과거의 기억을 지우려고 하지 않고 극복하기 위해 연극 무대에 선다. 단순히 본인의 아픔을 이겨내기 위한 수단으로 무대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성폭행 사실이 알려질 경우 고위공무원인 큰아버지의 신상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를 큰어머니에게 들은 후 그녀에게 이끌려 낙태를 경험했다. 우나이코는 본인의 경험은 개인적이지만, '큰아버지=국가'라는 상징을 통해 여성에 대한 억압이 현재 진행형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는 코기토에게 본인이 출연하는 연극의 대본을 부탁하고, 코기토는 수락한다.

그러나 우나이코의 큰아버지는 연극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고 우나이코를 납치한다. 이 과정에서 큰아버지의 수행원은 우나이코를 성폭행한다.

소설은 코기토의 아버지의 제자였던 다이오가 우나이코의 큰아버지를 권총으로 살해하면서 마무리된다. 다이오는 코기토의 아버지가 궐기를 하러 혼자 나갔을 당시 바라만 보고 있었던 인물이다.

다이오의 행동은 개인적으로는 스승이 이루지 못한 궐기를 완성한 행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이를 통해 전쟁과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 없이 과거를 되풀이하는 일본에 대한 비판을 다이오를 통해 보여준 것이다. 1만5,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