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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학 주변은 고시촌과 술집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중국의 대학 옆에는 산학연 연구단지인 사이언스파크가 있다.’ 공과대 학생들의 진로와 행태에서 양국의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국의 공대생들이 고시와 의대 편입에 한눈파는 사이에 중국 공대생들은 과학기술을 익히기 위해 밤새워 공부한다. 고도성장을 구가하며 전세계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중국 경쟁력의 비결은 바로 양질의 과학기술인력에 있다. 중국의 공대생들이 연구에 매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장래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중국 과학의 중심에는 칭화대학이 자리잡고 있다. 권력개편으로 세계의 관심을 모았던 지난 2002년 11월의 중국 공산당 전체회의도 칭화대학의 존재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13억 중국을 이끌 9명의 상무위원 중 4명이 칭화대학 출신으로 채워졌다. 당 서열 1위 후진타오, 2위 우방궈, 6위 황쥐, 7위 우관정 등이 모두 칭화대학에서 공부한 이공계 출신이다. 이들 4세대 중국지도부를 ‘대청제국(大淸帝國)’이라고 표현하는 외신도 있다. 칭화대학 출신들의 대제국이라는 뜻이다. 칭화대학이 21세기 중국발전의 조타수로 등장한 것이다. 과학기술 분야뿐 아니라 정치와 행정에서도 중국을 이끄는 청화대학은 1911년에 설립된 최고의 이공계 대학. 입학 경쟁률이 무려 2,000대1에 이른다. 졸업을 하기 위해 5년간 대학 울타리 밖을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공부를 소홀히 하는 우리 대학생들과는 딴판이다. 청운의 뜻을 품은 청소년들이 의사 또는 판·검사가 돼야만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인재들의 발길을 이공계로 돌리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바로 이것이다. 중국의 인재들이 칭화대학으로 몰려드는 것처럼 우리도 우수 인재를 이공계로 끌어들여야 한다. 훌륭한 교육을 받은 그들이 인정받고 성공하며 사회지도층이 되도록 국가가 유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이공계가 인정받고 주도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이공계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미래가 바로 과학기술에 달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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