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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자책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전자책 판매액이 종이책을 추월한 미국의 사례와 전 세계적으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아이패드ㆍ킨들 등 단말기 성황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장밋빛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초 발표한 '2010 국민 독서실태'에 따르면 전자책 이용률은 성인 11.2%, 초ㆍ중ㆍ고생 43.5%로 전년보다 성인은 두 배, 학생은 세 배 정도씩 증가했다. 성인의 연평균 독서율은 65.4%로 2009년보다 6.3%포인트 감소했지만 독서량은 16.6권으로 1.3권 늘었다. 연간 1~2권 읽는 독자보다 연간 10권 이상 읽는 독자들의 전자책 이용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자책의 잠재 고객이 확대된 셈이다.
저작권 연장ㆍ애플 수수료 큰 부담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전자책 시장을 약 400억원 규모로 추정했으며 내년까지 네 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규모의 확대와 함께 내실화를 도모하려면 건전한 수익 구조 구축과 국내 기업의 안정적인 시장점유율 확보가 동반돼야 한다. 현재 국내 전자책산업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 애플의 높은 수수료 정책, 해외 전자책 사업자의 한국 진출 등 몇 가지 위협에 직면해 있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저작권 보호기간이 저작권자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돼 원서ㆍ번역본 등 해외 도서의 원작자ㆍ출판사에 지급하는 저작권료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전자책 유통업체들은 애플의 수수료 정책(콘텐츠 판매료의 30%)이 원가를 높여 아이폰ㆍ아이패드 이용자에게 책을 판매하는 데 장애요인이 된다. 저작권료에 애플 수수료까지 지급하면 전자책 유통업체는 수익 구조를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외 전자책 사업자의 국내 시장 진출도 국내 기업의 안정적 시장점유율 확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도서가 국내 출간 도서의 30%, 매출의 50%를 차지하고 번역서의 경우 종이책ㆍ전자책 출판계약이 별도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해외 전자책 사업자가 직접 한글로 번역해 들여온다면 국내 매출의 상당 부분이 이들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전자책산업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전자책 콘텐츠 제작ㆍ유통업체들은 출판사 및 관계자들과 상생 노력을 해왔다. 인터파크도서 등 국내 업체들은 전자책이 생소한 시기에 단말기를 출시하는 등 시장을 형성ㆍ발전시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왔다. 스마트 기기나 PC 환경에 맞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전자책 콘텐츠를 일상 속에서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고 출판업계는 전자책에 대한 국내 작가들의 인식을 변화시켜 양질의 전자책 콘텐츠를 보유하기 위해 힘써왔다.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어 적극적인 재투자로 이어지면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다. 우리는 각자의 노력만으로 지금까지 뿌리고 가꾼 전자책 시장에서 장밋빛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한미 FTA와 애플, 해외 전자책 사업자 등은 국내 출판업계와 온ㆍ오프라인 서점이 대항하기에는 버거운 존재들이다.
관련업계ㆍ정부 상생대책 마련을
하지만 우리는 영화인들과 문화계, 관련 정부 부처가 힘을 모아 스크린쿼터 제도를 만들어 할리우드의 공습으로부터 영화산업을 지켜낸 경험을 갖고 있다. 유통업계도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해 월마트ㆍ까르푸 등 해외 기업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지금부터라도 국내 온ㆍ오프라인 서점과 출판사, 관련 정부 부처는 상생과 협력을 기반으로 안팎의 위협 요소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각자의 이익과 시장의 거대화만 쫓는다면 국내 전자책 시장에서 국내 기술ㆍ기업을 볼 수 없는 암울한 미래만 기다릴 뿐임을 명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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