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문화가 변화하면서 '부의 상징'인 대형 아파트의 설계 역시 달라지고 있다. 과거 가부장적인 문화로 안방과 거실이 강조된 설계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주방에 무게중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이런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방의 갯수와 수납공간의 변화다. 방 개수는 줄어드는 대신 드레스룸·알파룸 등 각종 수납공간이 대폭 늘어나고 있는 것. 이정민 롯데건설 디자인연구소 인테리어 팀장은 "1980년대에 대형아파트가 대거 공급되면서 그 당시 가부장 문화, 식모 문화 등을 반영한 설계가 주를 이뤘다"며 "반면 2000년대 이후 공급된 대형아파트의 경우 핵가족화·여가문화 발달 등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주방이다. 과거 주방은 단순히 요리를 하는 공간으로 여겨져 거실과 단절돼 있었다. 실제로 1976년 지어진 서울 여의도 삼부아파트 175㎡(전용면적 기준)의 주방은 벽으로 막혀있어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 구조다. 또 주방에 딸린 작은 방이 하나 있는데 바로 파출부의 거주공간이다. 대치동 W공인 관계자는 "대치동 우성·선경·미도 등 빅3로 불리던 아파트와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대형아파트에도 이른바 '식모방'이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대형아파트의 주방은 완전 개방형으로 설계돼 거주공간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주방이 가족간 소통의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 이때문에 설계 과정에서 주부 동선이 상당히 중요한 요소며 서재나 맘스 데스크, 어린이 공부방 등을 설치하는 추세다.
핵가족화로 방 개수가 줄어들고 오히려 수납공간이 대폭 확대된 것도 특징이다. 자녀 수가 적어진데다 패션, 레저 등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형 드레스룸과 수납공간을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대형 아파트의 경우 타워형으로 설계해 조망권을 최대한 확보한 것도 달라진 부분이다. 거실을 많게는 3면 개방형으로까지 설계하는 단지도 있을 정도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강변 아파트라도 판상형으로 지었지만 이제는 조망권 확보가 최우선 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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