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특정 대형 로펌 출신 인사들을 잇달아 기용하고 있다. 이처럼 고위 공직에 특정 대형 로펌 출신 인사들이 중용되면서 국가 정책에 사적 이익을 대변하는 로펌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12일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에 우병우(사시 29회) 전 대검 수사기획관, 공직기강비서관에 권오창(사시 28회) 전 고법판사, 민원비서관에 김학준(사시31회) 전 부장판사를 각각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창·김학준 전 판사는 모두 국내 최대 규모 로펌으로 꼽히는 김앤장 출신이다. 권 전 판사의 전임자인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도 수원지방검찰청 공안부장을 거쳐 김앤장 변호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민정수석실을 이끄는 홍경식 민정수석은 광장 대표변호사 출신이며 김종필 법무비서관은 태평양 변호사를 거쳤다. 윤창번 미래전략수석은 김앤장 고문 출신이며 최원영 고용복지수석도 태평양 고문을 지냈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사위가 김앤장 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국내 3대 로펌인 김앤장·태평양·광장 출신 인사들이 청와대의 여러 요직에 포진해 있는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대형 로펌 출신 인사들의 잇단 고위 공직 진출이 정부 정책의 공정성 논란과 함께 법조계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로펌 중에서도 특히 김앤장은 내부 구성원이 고위 공직자로 임용됐다 다시 복귀하는 사례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에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업무규정이 마련돼 있으니 큰 문제는 없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워낙 인맥이 중시되다 보니 외부에서 보기에는 오해가 생길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측은 로펌 출신 인사 기용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판사·검사 등 현직 법조인을 기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유능한 법조인을 찾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형 로펌 출신 인사가 대상이 된다"며 "공직에 기용될 때는 로펌에서의 직책을 모두 사임하기 때문에 로펌의 이해 관계를 대변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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