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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야 작가… 글 안쓰니 우울증 빠져"

작가 박범신, 산문집 출간


"고향 논산으로 내려와 내적 필연성을 찾는 동안의 일기를 책으로 묶었습니다."

작가 박범신(66ㆍ사진)이 산문집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논산일기 2011 겨울(은행나무 펴냄)'을 들고 독자를 찾았다. 지난해 6월 출간한 장편소설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이후 1년여 만이다.

그는 19일 서울 종로구 계동의 한 정식집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작가가 책을 내야 작가 아닌가. 1년 동안 소설 한 권 내지 못했다. 글을 쓰지 않으니 우울감과 자괴감에 빠지더라. 내게는 1년도 참 길었다"며 산문집 출간까지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이후 갑자기 좌초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교수직을 비롯해 사적인 일들을 모두 정리하고 집에 엎드려 누워 있었는데 그 시간이 참 고통스럽더라. 그때 불현듯 다가온 것이 논산"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향 논산은 생각과는 달랐다. 박범신은 "막상 내려가니 막막하더라"며 "게으른 것은 아닌데 뭘 써야 할지 몰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외로움에 허덕이던 그는 호수를 마주보는 논산 집에서 홀로 적응하며 겪은 일, 문학적 감수성을 틈틈이 페이스북에 올렸다. 일기처럼 한 글자씩 써내려간 것이 엮어져 산문집으로 만들어졌다.



아무런 목적 없이 충동적으로 내려간 논산이지만 작가 박범신은 숨겨진 내적 필연성을 찾고자 내면에 돋보기를 들이댔다. 그는 "'지금 이 시기 왜 논산인가' '지금 이 시기 내 문학은 어디로 가야 하나' 등의 질문을 던지며 나를 최대한 객관화시켜보고자 했다"며 "얼떨결에 논산으로 왔지만 그곳에서 해답을 어느 정도 찾았고 지금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차기 소설에 대해 구체적인 구상이 없다는 그는 "일 년에 한 번씩 일기를 책으로 묶어 출간할까 생각 중"이라고 소개했다.

작가 박범신은 194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전주교대, 원광대 국문과와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다녔고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여름의 잔해'가 당선됐다. 장편소설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 등이 잇따라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큰 인기를 누리다 1993년 절필을 선언, 3년여 동안 경기도 용인 한터산방에서 세상과 삶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진 뒤 1996년 중편소설 '흰 소가 끄는 수레'로 작품활동을 재개했다. 대한민국문학상(1981), 김동리문학상(2001), 만해문학상(2003), 대산문학상(2009), 최우수예술가상(2010)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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