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을 지난해에 비해 6% 가까이 오른 9,200억원으로 미국과 합의했다.
분담금 총액에서는 미국 측의 요구가 상당히 반영됐지만 분담금의 90%가량이 국내 경제로 환류되는 것을 고려했다.
정부가 미국 측과의 협상에서 우리 측 군수업체와 근로자의 권익을 향상시킨 성과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국방예산이 삭감되고 있는데 북한의 급변 사태 가능성 등에 주한미군 전력을 유지·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감안됐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7월부터 제9차 방위비분담금협정 체결을 위해 고위급협의를 했지만 협상 타결의 관건인 분담금 총액에서 이견이 커 제8차 협정 종료시한인 지난해 말까지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미국 측은 당초 1조원의 분담금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출범 첫해부터 미국 측에 휘둘릴 경우 국내 현안 처리에 막대한 지장이 생길 수 있어 장기전을 감수했다.
하지만 새해 들어 한미 간 방위비 분담이 무협정 상태를 맞으며 한미동맹에 부담을 지우자 지난 7일 한미 외교장관회담 등을 통해 이번 협상에서 담판을 짓기로 했다.
양국 협상단은 9일부터 11일까지 이어진 10차 고위급협의에서 줄다리기를 거듭한 끝에 올해 우리 측 분담금을 9,200억원으로 합의했다. 우리 정부가 9,000억원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것에 비해 미국 측의 요구가 일정 부분 더 수용됐지만 미측이 9,500억원으로 물러섰다 한 발 더 후퇴하며 절충점을 찾은 측면도 있다.
양국 예산운용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협정의 유효기간은 5년으로 했다. 총액 인상과 5년의 기간 설정은 미국이 향후 10년간 연방정부 예산 자동삭감 조치에 따라 국방예산이 줄어드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도별 인상률은 이전 협정과 마찬가지로 소비자물가를 적용하되 최대 4%를 넘지 않도록 했다. 양측 협상단은 또 분담금 지급 방식에 있어 합리성이 큰 항목별 필요금액에 따라 지원하는 '소요형'을 논의했지만 매년 총액을 지급하는 '총액형'이 재정 부담을 억제하는 측면이 있어 총액형으로 확정했다.
정부는 총액에서는 양보했지만 분담금 배정과 집행에서 투명성을 강화해 우리 측 이익을 확대한 것을 성과로 꼽았다. 미국 측이 그간 분담금의 항목별 수치만 일방통보했지만 앞으로는 우리 정부가 항목별 배정액의 추산 단계부터 결정까지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주한미군의 중장기 건설사업에 대한 사전협의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으며 군수지원 분야 국내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해소할 상설 협의체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이 주한미군 발주사업에서 행정 절차가 간소화되고 대금 지급의 안정성이 높아지게 됐다.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복지 증진 및 인건비 투명성 제고도 제도 개선사항에 포함됐다. 외교부는 "방위비 분담제도 시행 이래 최초로 방위비분담금 전반에 걸친 포괄적인 제도 개선을 이끌어냈다"면서 "분담금의 90% 내외는 우리 근로자의 인건비와 한국 군수·군사건설업체 대금으로 우리 경제에 환류된다"고 강조했다.
한미 간 방위비분담협상 결과는 국회 비준을 얻어야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야당 등의 반발을 고려해 양측 협상단은 분담금 예산 편성과 결산의 국회 보고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방위비분담금 종합 연례 집행 보고서' '현금 미집행 상세현황 보고서' 등을 새로 작성,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에 매년 4월 보고하기로 했다.
미국은 이를 위해 '현금 미집행 상세현황 보고서'를 연 2회 우리 측에 제공하기로 했으며 군사보안에 저촉되지 않는 방식으로 정부가 이를 국회에 보고하는 것에도 동의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분담금 미집행액이 7,100억여원에 이른다는 국회 지적에 대해서도 "주한미군 기지 이전사업이 올해와 내년에 집중 진행되면 거의 소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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