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목표는 15승에 2점대 평균자책점="류현진에게 소포모어(2년 차) 슬럼프는 없다." 미국 방송 CBS와 ESPN, 웹진 블리처리포트 등 류현진의 시즌 준비상황을 취재한 현지 매체들의 공통된 반응이 이렇다. 계약 문제로 어수선했던 지난해보다 2주 먼저(1월10일) 미국으로 넘어가 훈련에 들어간 류현진은 시범경기에 네 차례 등판해 16⅓이닝을 4자책점으로 막았다. 평균자책점(9이닝당 자책점) 2.20. 던진 이닝이 길지는 않지만 지난해 시범경기(평균자책점 3.29·27⅓이닝 10자책) 때보다 평균 1점 이상을 덜 내줬다. 자연스럽게 다음 관심은 정규시즌에서도 2점대 평균자책점을 찍느냐에 쏠린다.
류현진은 지난해 14승8패 평균자책점 3.00으로 신인왕 투표에서 4위에 올랐다. 올 시즌 목표를 말하면서는 "2점대 평균자책점만 지켜도 좋다"며 "15승은 10승을 먼저 달성한 뒤 생각해볼 일"이라고 밝혔다. 15승에 2점대 평균자책점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특급 투수를 선별하는 기준이다. 박찬호도 세 차례나 한 시즌 15승 이상을 올렸지만 평균자책점 2점대에 진입한 적은 없다.
지난해 2점대 진입에 불과 0.01점이 모자랐던 류현진은 애리조나전 성적이 특히 아쉬웠다. 다섯 차례 등판해 1승2패 평균자책점 4.65로 고전했다. 류현진의 한 경기 최다 실점 불명예 기록(5이닝 5실점)도 애리조나전에서 나왔다. 그런 애리조나를 올 시즌 첫 등판부터 만나는 것이다. 강력한 우승 후보 다저스의 전력을 생각하면 류현진은 첫 판만 잘 넘기면 본격적인 승수몰이도 가능하다. 한국인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은 18승(2000년 박찬호), 아시아인 최다승은 19승(2006~2007년 대만 왕젠민)이다.
◇18시간 시차, 타자 친화구장, 낮 경기 약점 극복해야=첫 판을 잘 넘기려면 삼중고를 극복해야 한다. 18시간이나 나는 시차와 타자에게 유리한 경기장, 낮 경기에 약했던 기억이 그것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00년 전인 1914년 호주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뉴욕 자이언츠의 시범경기가 열린 것을 기념해 같은 장소에서 올해 정규시즌 개막전을 추진했다. 류현진은 16시간을 날아 18일 호주에 도착했다. 도착 후 5일 만인 23일 경기 시작 시간은 시드니 현지시각으로 오후1시. 다저스가 불과 며칠 전까지 훈련했던 애리조나는 22일 오후7시인 시각이다.
경기장도 낯설다. 홈에서 좌우중간 펜스까지의 거리가 짧고 펜스 자체도 낮아 홈런 경계령이 내려졌다. 내야에서는 그라운드 사정상 불규칙 바운드가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낮 경기 등판 때 3승3패 평균자책점 4.02로 다소 나빴던 것도 불안요인이다. 그럼에도 류현진은 "특별히 불리하거나 유리할 것도 없다"며 덤덤한 자세로 첫 승을 준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