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골프 메이저대회에서 스타 선수들의 우승 기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15일(이하 한국시간) 끝난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제93회 PGA 챔피언십에서도 키건 브래들리(25ㆍ미국)라는 또 한 명의 ‘낯선’ 메이저 챔피언이 배출됐다. 올해 4대 메이저대회 우승자는 메이저 첫 승 기록자로 채워졌고 지난해 마스터스 때 필 미켈슨(미국)을 제외하면 최근 3년여 동안 12개 메이저대회 우승컵은 ‘초보 챔피언’의 차지였다. 세계 골프계의 평준화와 함께 메이저대회의 코스를 지나치게 어렵게 세팅해 오히려 변별력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10년 만에 미국 조지아주 존스 크리크의 애틀랜타 어슬레틱 클럽(파70ㆍ7,467야드)에서 다시 열린 이번 대회 우승 스코어는 8언더파로 2001년 데이비드 톰스(미국)의 15언더파보다 7타나 높았다. 골프클럽 등 장비 기술 발달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올해 애틀랜타 어슬레틱 클럽은 파70을 유지했지만 전체 길이는 7,213야드에서 254야드 늘어났다. ‘메이저급’ 흥미를 기대하는 팬들에게는 재미없는 메이저대회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대회에서 타이거 우즈ㆍ어니 엘스ㆍ이시카와 료 등이 컷오프 됐고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공동 64위에 그쳤다. ‘평준화’와 ‘스타파워 부재’를 놓고 흥행으로 먹고 사는 프로골프투어 측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측은 미켈슨 이후 16개월, 6개 메이저대회 만에 미국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으로 위안을 삼았다. 브래들리는 이날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제이슨 더프너(미국)와 최종합계 8언더파 272타로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에서 승리해 역전극을 연출했다. 올해 PGA 투어에 데뷔한 신인 브래들리는 16ㆍ17ㆍ18번홀 합산 스코어로 승부를 가리는 연장전에서 1언더파를 쳐 이븐파에 그친 더프너를 1타 차로 꺾었다. 난생 처음으로 밟은 메이저 무대에서 미국 선수의 우승 갈증을 풀어준 브래들리는 단숨에 미국의 차세대 에이스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인생 역전’을 이뤘다. 메이저대회 첫 출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3년 브리티시오픈 당시 벤 커티스(미국) 이후 8년 만이다. PGA 2부 투어를 거쳐 올해 정규 투어에 데뷔한 브래들리는 지난 5월 HP 바이런넬슨 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시즌 두번째 우승을 메이저 타이틀로 장식하며 144만달러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골프 명예의 전당 회원인 팻 브래들리(메이저 6승 포함 PGA 통산 31승)의 조카이기도 한 그는 188㎝의 체격, 301.3야드(16위)의 장타, 2승 모두 연장전에서 따낸 뒷심 등 스타 자질을 갖춰 투어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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