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과 함께 수도권 1기 신도시를 대표하는 일산의 중대형 아파트 값이 3.3㎡당 1,0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1기 신도시 아파트 가운데 매매가가 심리적 저지선인 3.3㎡당 1,000만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요실종으로 집주인의 급매물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가격하락을 부추긴 결과다.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산신도시 일대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3.3㎡당 1,000만원 아래 아파트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마두동 H아파트 211㎡형(공급면적 기준)은 최근 5억9,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3.3㎡당 924만원대에 불과하다. 인근 장항동 호수마을의 158㎡형 아파트 역시 4억6,000만원으로 3.3㎡당 1,000만원 아래에 매물이 나와 있다. 두 아파트 모두 일산신도시 내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단지에 위치했다.
신도시 내 일부 중소형 아파트 역시 3.3㎡당 1,000만원선이 무너졌다. 백석동 D아파트 105㎡형은 2억9,000만원으로 900만원 초반대까지 주저앉았다. 장항동 I공인 관계자는 "중소형은 그나마 이따금 실수요자가 찾는 편이지만 중대형은 아예 거래실종 상태"라며 "집이 안 팔리다 보니 급매물이 나오면 가격을 더 낮춘 급매물이 등장해 값을 더 떨어뜨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산신도시는 지난 1980년대 말 정부가 폭등하는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조성한 1기 신도시 5곳 중 분당과 함께 양대 축을 형성했다. 2000년대 중반 집값급등 시기에 이 지역의 일부 아파트는 3.3㎡당 호가가 2,000만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불과 5~6년 사이에 일부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거의 반토막난 셈이다.
실제로 부동산정보 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7년 3월 1,379만원선이었던 일산신도시 아파트의 3.3㎡당 평균 가격은 2009년 3월 1,214만원, 2011년 3월 1,142만원으로 급전직하했으며 6월 말 현재 1,079만원까지 떨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송ㆍ원흥 등 인접지역은 물론 주변의 파주ㆍ김포한강신도시 등에서 대규모 신규 아파트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일산 집값을 끌어내리는 상황"이라며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집값 하락세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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