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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 단원고에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겪은 전남 진도군 조도면 주민들이 20일 생존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단원고를 찾았다.
이날 오후1시30분께 3대의 버스에서 내린 주민들은 노란 카네이션을 든 생존학생들의 마중을 받자 감격에 겨운 눈물을 흘렸다. 이들 주민은 진도 앞바다에서 가을까지 희생자 구조작업을 벌였다. 이들 주민과 생존학생들은 신경과·피부과 등 다니는 병원이 비슷할 정도로 느끼는 아픔도 같다. 학생들은 반가운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핑 도는지 연신 하늘을 보며 주민들의 손을 꽉 잡았다. "손주보다 생존학생들을 위해 기도를 더 많이 했다"며 학생들의 손을 연신 쓰다듬는 주민도 있었다.
최초 신고자 정차웅군을 비롯해 희생학생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2학년 4반. 학생들의 안내를 받아 교실에 들어서자 진도주민 이정단(66), 박순심(67)씨는 목놓아 울었다. 이씨는 학생들 사진을 부둥켜안고 "더 피지도 못하고"라고 한탄하며 서럽게 울었다. 다른 주민은 아직 2014년 4월에 멈춰 있는 달력을 보면서 "수학여행이라고 날짜까지 세면서 빗금을 쳐놓았다"며 "우리가 더 많이 살렸어야 했는데"라고 눈물을 훔쳤다. 희생된 아이들의 책상에는 간식거리와 편지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인기 과자 '허니버터칩'이 놓여 있기도 했다. 희생된 한 학생의 책상에 놓인 편지에는 "누나 생일선물로 며칠 동안 힘들게 찾은 허니버터칩"이라며 "친구들한테 나눠주지 말고 누나만 먹어. 사랑해"라고 쓰여 있었다.
아이들은 그동안 주민들에게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도 전했다. 사고 당시 어선에 구조됐다는 김모군은 "추위에 벌벌 떨고 있을 때 각종 이불을 꺼내와 자식처럼 아낌없이 도와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모양도 "사회에 발을 내딛기 두렵지만 주민분들의 따뜻함이 용기를 줬다.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나타냈다. 학생들의 감사 인사에 주민들은 "모두 다 구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집 뒷산에 올라가 매일 배가 침몰한 자리를 본다는 이씨는 "부디 가슴은 아프지만 잊고 대신 희망은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생존학생들은 주민들이 탄 버스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린 채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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