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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에 집 사려는 사람 왔어요" 거래회복 기대감 솔솔

■ 용산개발 구역지정 해제된 서부이촌동 가보니<br>한강변 아파트 문의 이어 단독주택에도 발길 부쩍<br>아직 기준시세조차 없어 "정상화 멀었다" 지적도

지난 5일 서울시의 개발구역지정 해제와 새로운 개발계획 약속 후 서부이촌동 부동산시장에는 6년여 만에 매수 문의가 나타나는 등 거래 정상화의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서울경제 DB

"구역지정 해제가 발표되자 2007년 이후 6년여 만에 처음 주택구매를 원하는 손님 둘이 사무실을 다녀갔습니다. 서울시가 새 개발계획을 마련하겠다고 하니 일부 주민들은 물론 외부 투자자들도 기대를 하고 있는 눈치입니다."(서부이촌동 베스트공인중개의 한 관계자)

지난 5일 서울시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구역지정 해제 발표 후 주말에 찾은 서부이촌동에는 기대감 속에 희망이 싹트고 있었다.

골목마다 흉물처럼 걸려 있던 자극적인 문구의 현수막들이 대부분 사라져 가을 하늘이 청명하게 빛났다. 그동안 빗장을 걸어 잠갔던 상가들이 하나둘씩 문을 열고 영업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6년여 동안 거리를 배회하던 '개발의 망령'이 사라지면서 여느 동네와 다를 것 없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특히 많지는 않지만 최근 들어 좋고 싼 물건을 찾는 외부인들의 문의전화가 부쩍 늘었고 서울시의 발표 이후 집적 찾아와 매물을 찾는 이들도 생겼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용산 개발사업이 청산 절차를 밟기 시작한 후 북한강성원아파트 전용 59㎡는 올 6월과 7월에 각각 5억5,000만원, 5억4,000만원에 연이어 거래가 되기도 했다. 현재 거래시장에서는 5억5,000만원의 다른 급매물도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강변에 늘어선 아파트뿐 아니라 노후 단독주택지에 투자를 하겠다는 이들도 등장했다.

인근 베스트로공인중개의 한 관계자는 "단독주택지에 2억~3억원으로 투자할 수 있는 물건을 찾는 사람들이 최근 여기저기 매물을 구하러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구역지정 해제 고시 이후 그동안 재산권 행사를 가로막아왔던 '8ㆍ30이주대책기준일'도 같이 해제되면서 거래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지 않겠냐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서부이촌동 부동산시장의 거래가 정상을 되찾으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구역지정 이후 6년여 동안 거래다운 거래가 이뤄진 적이 없어서 '기준시세'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애로 꼽히다. 인근 B공인중개의 한 관계자는 "시세가 어떻게 되냐는 아파트 주민들의 문의전화만 많이 오고 실제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시세도 매물도 없다 보니 정상적인 거래를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거래가 없는 상황에서 과도한 대출 탓에 '반값 낙찰'된 물건들이 속출해 경매 낙찰가격이 시세 노릇을 하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2007년 13억원까지 치솟았던 대림아파트 전용 84㎡는 경매시장에서 올 3월 6억4,8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물건도 유찰을 거듭해 낙찰가율이 64% 밑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 같은 기현상 때문에 주민들이 쉽사리 물건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게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서울시가 구역지정 해제 발표와 함께 약속한 새 개발 가이드라인에 주민들의 기대가 모아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개발계획에 간접적으로나마 주민 피해에 대한 보상이 담길 수 있다는 희망과 더불어 이를 계기로 매수세가 붙으면 거래시장이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서부이촌동 주민 임모씨는 "주민들이 준비했던 피해보상 소송도 지지부진한 것을 보면 6년여간의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곳이 사실상 없다는 것 아니겠냐"며 "새 개발계획에 지금껏 주민들이 입었던 피해를 간접적으로나마 보상해줄 수 있는 방안이 담겨야 거래시장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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