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관리공사 노조는 24일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김해수 사장에 대해 임직원을 상대로 탄원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는 "공사가 대외적으로 직면한 현안들을 고려할 때 김 사장이 남은 임기를 충실히 수행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며 민영화 저지와 탄원서를 맞바꾸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노조는 또 "임직원뿐 아니라 가족들의 서명도 가능하니 26일까지 탄원서 원본을 노조에 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지난 2월 부산저축은행의 정ㆍ관계 로비스트로 활동한 윤여성씨로부터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한 청탁의 대가로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와 18대 총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정치자금을 불법수수한 혐의 등이 1심에서 모두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노조가 개인비리에 연루된 김 사장 구명에 발벗고 나선 배경에는 건설관리공사의 민영화가 중대 고비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감리를 전문으로 하는 건설관리공사는 민간사업 영역으로 평가돼 감사원이 2008년부터 민영화를 권유해왔으며 기획재정부가 지난해부터 계속 매각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재정부가 계속된 유찰에 도로공사 등이 보유한 건설관리공사 지분을 최근 인수합병(M&A)에 정통한 자산관리공사에 넘겨 민영화를 완료하려 하자 노조가 정권 실세인 김 사장을 방패막이로 들고 나왔다는 게 공사 안팎의 지적이다. 김 사장은 이명박 정부 탄생 공신으로 꼽히며 18대 총선에 낙선하고도 청와대 정무1비서관에 발탁됐으며 지난해 3월 말 건설관리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공사와는 무관한 송사지만 김 사장이 전임 사장과 달리 (감리업무) 수주와 매각 저지에 큰 힘을 쏟고 있어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내외에서는 서민의 눈물을 부른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에 연루돼 속속 비리가 드러난 사장을 노조가 가족까지 불러 도움을 주려는 것은 모럴해저드의 극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사측의 강압이나 회유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비리 정치인의 잘못을 감싸는 데 노조가 적극 나선 것은 매우 유감" 이라며 "노조는 탄원서 서명 작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