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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내건 기초연금 지급 공약이 당초보다 대폭 후퇴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재원 마련에 애로를 겪으면서 지급 대상과 규모가 대폭 줄어들게 됐다.
26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할 기초연금제도 도입안은 수혜 대상을 전체 노인의 70%로 줄이고 지급액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최고 20만원 이내에서 차등 지급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의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이뤄져왔지만 지난 23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 검토 소식이 알려지면서 핫 이슈로 부상했다.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면서 기초연금 공약수립 등에 중심적인 역할을 한 진 장관은 기초연금 공약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결심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초연금 공약은 지난해 대선에서 박 대통령이 내건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박 대통령은 45.1%에 달하는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대선 당시부터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박 대통령 당선 후인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기초연금을 소득과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월 4만~20만원씩 차등 지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어 정부는 기초연금 시행방안을 구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3월20일 각계각층 인사들로 구성된 민관합동기구인 국민행복연금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국민행복연금위는 7월까지 이어진 7차례의 회의 끝에 ▦70% 노인(인구비중 고정)에게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최대 월 20만원에서 차등지급 ▦70% 노인(인구비중 고정)에게 국민연금 소득재분배 부분(A값)을 기준으로 최대 월 20만원에서 차등지급 ▦80% 노인에게 월 20만원 정액 지급 등 세 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경기침체로 세수확보가 난관에 봉착하면서 국가 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자 대통령의 대표 복지공약을 손질하게 된 것이다.
이후 두 달에 걸쳐 복지부는 국민행복연금위의 기초연금안을 바탕으로 당초보다 지급 대상과 규모가 대폭 축소된 방안을 정부안으로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공약 파기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살고 있는 윤동환 (67)씨는 "정치인들이 노인들과 시민들을 얼마나 우습게 알면 이렇게 약속을 함부로 바꾸냐"고 성토했다.
복지부는 이번 기초연금 도입안을 10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지만 국민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야권도 '공약 파기'라며 공세에 나서고 있어서 통과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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