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다로(사진) 일본 부총리 겸 재무ㆍ금융상이 28일 공식적으로 미국에 달러화가치를 높이라고 요구하면서 양국 간 환율전쟁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까지 환율전쟁의 양상이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선진국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돈풀기에 나선 데 대해 신흥국들이 자국통화가 절상된다며 반발했던 것에서 내년에는 선진국 간 갈등으로 확산되는 등 전방위로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일본의 아베 신조 신임 총리와 아소 부총리 등 관료들이 엔화가치에 대한 강경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일본이 글로벌 통화전쟁에 불을 지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엔화가치가 하락하면 일본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커지기 때문에 일본 수출업계에는 유리하지만 일본의 교역 상대국들은 불리해진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의 양적완화 이후 자국통화 절상을 막으려는 아시아와 남미국가들의 경우 일본의 엔저정책을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웨스트팩뱅킹의 환율전문가 리처드 프라누로비치는 "다른 국가들이 (일본의 정책을) 보고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머빈 킹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도 지난 10일 "경기부양을 위한 마땅한 방법이 없는 만큼 통화가치 하락을 새로운 정책수단으로 택하는 국가들이 많아질 것"이라면서 내년에 글로벌 환율전쟁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여러 수출품목이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에 강력히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중국이 보유한 일본 국채를 대량으로 투매하면서 보복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말 기준 일본 국채 보유액은 18조엔(약 230조원)에 달하는 만큼 엔화가치 하락으로 손해를 본 중국이 일본 국채를 시장에 던진다면 국채가격 폭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또 선진국에서 풀린 돈이 대거 유입되며 최근 화폐가치가 상승한 대만ㆍ필리핀ㆍ한국 등도 통화절하 유도를 위한 대책마련에 나서면서 환율전쟁에 가담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미 필리핀과 한국은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부과하거나 낮췄다. 필리핀은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아소 재무상이 28일 기자회견에서 "2009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환율공조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비난한 데 앞서 이달 초순 소집된 G20 고위실무자 회동에서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대한 신흥국들이 불만이 제기되는 등 G20 내부에서도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당시 G20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선진7개국(G7) 회원국들이 경쟁적으로 통화절하에 들어갔다고 볼 측면이 있다"면서 "선진국이 침체에서 헤어나기 위해 수출을 확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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