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칼텍스 사내 야구동호회 '지스톰(G Storms)'은 다음달 3일로 잡힌 리그 시합을 대비해 추석 연휴 동안 3일에 걸친 연습계획을 짰다. 회장인 이상욱(31)씨는 "그동안 업무가 바빠 연습을 하지 못한 회원들이 연휴를 기회로 시합에도 대비하고 좋아하는 야구도 즐길 생각"이라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경기 시흥에 사는 직장인 김미숙(34)씨는 동생 경숙씨와 함께 추석 연휴를 이용해 성형수술을 하기로 결심했다. 추석 전 밤늦게까지 진료하는 성형외과가 많아 이때 수술을 받으면 연휴 기간에 회복할 수 있어서다. 김씨는 "직장인들에게 명절이 낀 긴 연휴 기간은 '제2의 휴가'인 셈"이라며 "고향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지금이 아니고는 시간내기가 힘들어 다음에 찾아 뵙겠다고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추석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온가족이 둘러앉아 명절음식을 나누는 것이 예년의 모습이었다면 최근에는 긴 연휴를 활용해 그간 소홀했던 자기관리나 취미활동에 매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가족들의 모임장소도 집이 아닌 야외캠핑장ㆍ해외여행지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때아닌 특수에 평소보다 훨씬 분주하게 일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직장인 정선희(31)씨는 올해 추석 연휴 동안 서울에 머무르며 오는 10월로 예정된 승진시험 공부에 매진하기로 했다. 그는 "평소에도 친인척들과 카카오톡이나 화상통화를 하는 등 돈독하게 지내고 있다"며 "굳이 명절에 맞춰 힘겹게 만나는 것보다 오랜만의 연휴를 각자 여유롭게 보내자는 게 모두의 의견"이라고 소개했다.
긴 연휴를 활용해 해외여행을 하는 싱글족의 모습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기간 인천공항 국제선을 이용하는 사람 수는 56만6,0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만명가량 늘어났다.
도시에 남는 것을 택한 사람들을 위해 연휴에 맞춰 모임을 여는 동호회도 많다.
씨티은행의 사내 마라톤동호회는 추석 연휴 첫날인 29일 남산 북측 순환도로를 달리는 모임이 예정돼 있다. 회장인 오영제씨는 "명절 때문에 모임을 쉴까도 생각해봤지만 10월3일과 28일에 마라톤대회가 있어 평소처럼 진행하기로 했다"며 "지방에 가는 분들이야 어렵겠지만 서울에 머무르는 회원들은 대부분 참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처럼 모인 가족들의 모습도 예년과는 다르다. 집을 벗어나 가족만의 특별한 경험을 하기 위해 국내외 관광지를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경북 경산에 사는 주부 김정순(58)씨는 올해 차례상을 제주도에서 차릴 계획이다. 제사는 기필코 지내야 한다는 장손 남편의 고집에 30여년의 긴 시간 동안 밖에 나갈 엄두도 못 냈었다. 그는 "수 차례의 가족회의와 아이들의 설득 끝에 아예 차례상을 들고 제주도로 가기로 했다"며 "물론 눈살을 찌푸리는 어르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수십년 만에 제대로 된 가족여행을 준비하며 모두 들떴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이지훈(36)씨는 이번 추석에 역귀성한 부모님을 모시고 캠핑장을 찾을 예정이다. 캠핑은 사람이 많을수록 즐거우니 서울 근교에 사는 친인척들도 다 불러모았다. 실제 이씨와 같은 가족들이 많아지며 서울 상암 난지캠핑장은 추석 연휴 내내 한두 자리만 빼놓고 대부분 예약이 완료되는 등 여느 주말 못지 않은 성황을 보이고 있다.
성형외과는 달라진 추석문화로 때아닌 특수를 만나 연휴를 반납한 채 평소보다 더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서울 강남 BK성형외과 관계자는 "요즘에는 직장에 다니는 딸과 부모가 함께 와서 명절기간에 성형을 하고 가는 경우도 많다"며 "평소보다 진료예약이 더 많아 근무인원을 다른 주말보다 더 늘렸다"고 귀띔했다.
자영업자들도 중추절(9월29일~10월1일)에서 국경절(10월1일~7일)로 이어지는 중국 최대의 연휴에 한국으로 몰려오는 '요우커(遊客)' 맞이에 여념이 없다. 올해 추석 명절에도 중국에서는 약 10만명가량의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명동에 위치한 A화장품 매장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밀려올 것을 대비해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하면 20%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기획했다"며 "추석 당일에도 개점시간이 한두 시간 늦어지는 것 외에는 정상 영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