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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빚 막는 유로존 마법의 탄환이 없다

EU 정상회의 회의론 봇물… ESM 지원 방법 등 난항


지난 6월29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예상 밖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자 시장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벼랑 끝을 향해 가던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각각 6.329%, 5.819%를 기록해 일제히 급락(국채값 상승)했고 유로화 환율은 유로당 1.2660달러로 크게 뛰어 올랐다.

하지만 장밋빛 낙관론은 채 하루를 가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얽힐 대로 얽힌 유럽 재정위기를 일거에 해결할 '마법의 탄환'이 될 수 없다는 회의론을 일제히 쏟아내고 있다.

◇유럽 은행 '빚 중독' 우려=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EU의 이번 결정이 역내 은행을 빚 중독 상태로 몰아넣어 장기적인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정상회의 결과에 따라 유럽 은행들이 5,000억유로 규모의 유로안정화기구(ESM) 자금을 자국 정부를 거치지 않고 직접 빌릴 수 있게 되면서 '빚으로 빚을 막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상품투자의 귀재로 잘 알려진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불능력이 없는 은행에 더 많은 돈을 빌려주는 것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며 "당장 몇 년 뒤 (ESM에 가장 많은 자금을 출자하는) 독일마저 자금이 떨어지면 금융시장 전체에 아마겟돈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역시 "유럽은 가라앉는 배이며 누구도 아직 구멍을 메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향후 6개월이 고비=ESM을 통한 은행 지원이 당장 시작되는 게 아니라는 점도 또 다른 불안요소로 지목된다.



EU 정상들은 은행들을 감시할 수 있는 유럽판 금융감독원을 설립한 후 ESM의 자금지원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현재로서는 이 금감원이 유럽중앙은행(ECB)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독립기구가 될지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또 감독기구 창설을 위해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각국의 의회 비준과 같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지원이 시작되는 것은 일러야 내년 초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 과정에서 계속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며 독일은 양보가 아닌 전략적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리스나 포르투갈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느냐도 관건이다. 이들 국가는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EU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재정감시 강화와 긴축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스페인이 '제3의 길'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서 당장 이번주에 재개될 예정인 그리스 새 연립정부와 EUㆍIMFㆍECB 등 이른바 트로이카와의 협상이 또다시 지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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