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이 6일로 시행 100일을 맞았다. 정부 자체 평가는 '긍정' 일색이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자료에서 단통법 시행 직후 얼어붙었던 휴대폰 시장이 가입자가 늘면서 원상 회복 됐다고 평가했다. 아마도 옳을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통법 정착의 증거가 될 수 없다. 휴대폰 교체주기를 맞은 소비자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휴대폰을 산 결과일 뿐이다.
정부는 통계에서 보조금이 높아졌다는 설명도 내놓았다. 이통사 홈페이지에서 바로 확인 가능한 수치이니 '옳다'. 그러나 갤럭시노트4, G3 등의 보조금의 상향은 단통법과 관련이 없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의 최대 경쟁상대인 애플의 '아이폰' 덕분이다. 아이폰 6가 출시된 지난해 10월 이후 보조금이 대폭 상향된 것이 그 증거다.
고가요금 가입 비율이 낮아지고, 가입 요금제의 평균 액수가 떨어졌다는 통계도 내놨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아마도 '옳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단통법 이전에는 70~80만 원의 보조금을 받아 휴대폰을 공짜로 사는 대신, 고가요금제에 가입했으니 요금수준이 높았다. 반면 지금은 단 30만 원의 보조금이라도 받기 위해서는 최소 9만 원대의 초고가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보조금 매력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저가요금제 가입 비율이 높아졌을 뿐 소비자 부담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단통법 덕분에 저가 요금제 가입자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주장 역시 '옳다'. 하지만 이 역시 실상과는 크게 다르다. 당장 판매점에 가보면 3~4만 원대 저가 요금제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최신폰을 팔기 꺼려 한다. 이통사들이 저가 요금제에 대해서는 리베이트를 거의 주지 않는 까닭이다.
아무리 휘황찬란하더라도 소비자의 체감과 괴리돼 있다면 탁상 통계에 불과하다. 이통3사로부터 제출받은 통계를 그럴싸하게 가공한다해도 시장을 속일 수는 없다. 단통법은 당초에 '비싼 물건을 많이 할인 받아 싸게 사기 원하는' 소비자의 선호를 무시한 규제 일변도의 법이었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단통법 보완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폐지도 고려해봐야 한다. 새해 대통령보고에는 소비자들이 납득 할 만한 답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