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이집트 전역에서 1,400만명이 무르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는 이집트 인구(8,400만명)의 6분의1에 해당하는 규모로 익명의 군 관계자는 이집트 역사상 최대라고 밝혔다. 특히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광장에는 지난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당시 대통령을 축출했을 때보다 더 많은 50만명이 모였다. 이런 가운데 친(親)무르시 집회도 함께 열려 양측 간 충돌로 최소 7명이 숨지고 600여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사상 최대의 반정부시위가 벌어진 것은 무르시 대통령이 이슬람주의 집단인 무슬림형제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 집권 당시 탄압을 당하던 무슬림형제단은 무르시 대통령의 당선을 지원한 덕분에 현재는 막강한 권력을 자랑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중이 무슬림형제단의 배타적 성향과 권력독점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시위대는 무슬림형제단의 전국 각 지부에 화염병을 던지고 불을 지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치안이 무너지고 경제가 파탄 나고 있는 점도 대중의 분노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집트의 1ㆍ4분기 실업률은 13.2%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최근 조사에서 전국민의 4분의1이 빈곤층으로 분류됐다.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자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오마르 아메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자정께 기자회견을 열어 "시위규모를 간과하지 않고 있다. 헌법의 범위에서 군중의 요구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면서도 기자들에게 "대안이 있느냐. 대안을 제시하라. 심도 있게 고려하겠다"고 물었다.
이런 가운데 반정부시위대는 2일 오후5시까지 무르시 대통령이 사임하지 않으면 완전한 반정부시위가 시작될 것이라는 성명을 웹사이트를 통해 밝혀 이날을 기점으로 이집트 사태가 중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