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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창업 권하는 사회로 가는 길


지난 1ㆍ4분기 판매실적에서 노키아는 14년간 지켜온 세계 최대 휴대폰 회사의 지위를 삼성에 내줬다. 핀란드 하면 노키아가 연상될 정도로 노키아는 오랫동안 국가경제와 이미지 제고에 절대적으로 기여해온 기업이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통신기술(ICT) 환경에서 스마트폰 경쟁에 뒤쳐져 기업의 위기를 맞고 핀란드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줬다. 이처럼 글로벌 대기업의 국가경제 기여도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

벤처 클 수 있는 시장질서 마련

하지만 대기업 중심의 압축성장으로는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국가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탄탄한 중소기업을 많이 키워내야 한다. 그런데 한국 중소기업들의 현 주소는 어떤가. 75% 이상이 기업간거래(B2B) 기업이며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성장이 정체돼 있다. 우리나라 50대 기업 리스트에 2세ㆍ3세 후계자를 제외한 순수 창업기업이 한 곳도 포함돼 있지 않다는 사실은 창업기업의 성장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준다.

이런 환경에서 젊은이들의 창업을 독려하는 것은 무모한 도전을 장려하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는 쓴 소리를 들을 법도 하다. 한국의 젊은 인재들이 대기업이나 공무원직에만 매달리고 여기에 실패한 청년들은 취업난을 겪는다. 벤처기업 정밀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20~30대 비중은 지난 2001년 50.2%에서 2011년 18.4%로 10년새 30%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처가 활성화되고 창업이 장려되는 사회가 돼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기업생태계는 유기체와 같아 탄생과 성장 그리고 소멸이 원활히 순환돼야 자연적인 경쟁 시스템이 작동되고 기술도 진보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벤처 창업은 청년실업 해소뿐 아니라 경제발전과 기업 경쟁력 강화를 이끄는 첨병이다. 청년창업 육성책을 통해 참신한 벤처기업을 많이 탄생시키고 이들이 중견기업, 그리고 대기업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공정한 시장질서와 지원제도 마련에 힘을 기울여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행히도 최근 정부와 대학은 산학연이 연계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창업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도 창업기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신설 벤처기업들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벤처 7일 장터와 엔젤투자지원센터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창업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제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어린 나이부터 자연스럽게 창업을 생각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정책이나 제도가 정착돼도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변화로 이어질 수 없다. 우리 사회에는 '사업은 고생길이며 특별한 사람만 한다' '사업은 무조건 망한다'는 식의 창업에 부정적 인식이 널리 퍼져 있어 젊은이들이 창업에 대한 고민을 해볼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공무원이나 대기업 취직을 위해 내몰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청년 창업 네트워크 확대 힘써야

그런 점에서 오는 29일 전국학생창업네트워크와 교육과학기술부가 개최하는 '학생창업 페스티벌'은 학생들에게 창업을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선배 벤처기업들이 함께 참여하는 이번 행사에는 선후배 멘토링 프로그램 등 창업 네트워크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위키피디아 설립자인 지미 웨일스도 초청강연을 통해 학생창업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이러한 행사들이 청년창업 문화 활성화를 이끈다면 매우 반가운 일일 것이다.

창업(創業)이라는 단어는 '사업을 시작함'과 함께 '나라나 왕조 따위를 처음으로 세움'이라는 뜻도 갖고 있다. 창업은 한 나라를 세우는 일 만큼 가치 있고 장려돼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다양한 사회적 노력을 통해 청년창업 문화가 성숙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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