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었다. 첫째, 하나의 의미를 갖는 숫자 '1'이 여섯 번이나 이어지고 '11'이라는 같은 숫자가 세 번 이어지는 백년에 한 번 있는 귀한 날이라 한다. 거기다 11시11분11초는 평생에 한 번밖에 없는 순간이라며 특별히 의미 있는 행사나 일이 많이 있었다. 이때에 맞춰 태어난 '디지털 희망둥이', 결혼을 한 신혼부부, 프러포즈를 한 연인, 출판 기념식을 한 정치 지망생, 11년 만에 만난 11사단의 옛 전우들 등 얘깃거리가 많았다. 어느 지방대에서는 총장 취임식이 있었고 강원도에서는 '일류 강원 실현'을 선포하는 행사가 열렸다. 동양에서는 좋아하는 숫자가 반복되는 날짜와 시간이 행운을 준다고 믿고 있다. 중국 사람들은 같은 숫자가 겹치는 10월10일을 쌍십절이라 해서 길일로 친다. 태국에서는 수상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장관이 9월9일 9시9분에 취임식을 하기 위해 몇 일 동안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은 적도 있다고 한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1이라는 숫자를 좋아한다. 캄보디아에서 증권시장 개설을 지원하고 있는 한국거래소도 이날 11시11분에 개장 행사를 가질 계획이었다. 하지만 캄보디아 정부의 공기업 상장 절차가 지연돼 부득이 행사를 연기했다. 백년에 한 번 있다는 이날을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라 알리는 기민한 상술도 있었지만 '농업인의 날' '지체장애인의 날' '해군 창설기념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있어서도 이날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지난해 11월11일에 일어난 도이치증권의 옵션만기일 불공정거래 사건은 우리 자본시장에 있어 잊을 수 없는 뼈아픈 기억이다. 당시 우리 시장을 공격한 외국인 작전세력에 대해 현재 사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들에 대해 합당한 처벌이 내려져 두 번 다시 유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올해도 옵션만기일을 앞두고 우리 시장 감시 요원들은 시장의 동향을 긴장하며 모니터링을 했다. 다행히 특정 세력에 의한 인위적 시세 조종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에 '김정일 사망설' 등 날조된 유언비어들이 유포된 것을 보면 우리 시장에는 아직도 탐욕에 어두운 불순 세력들이 있는 것 같다. 시장감시위원회는 눈을 더욱 크게 뜨고 시장을 지켜볼 것이다. 특별히 의미를 부여한 날뿐 아니라 시장이 열리는 모든 날, 하루하루가 우리에게는 한 번밖에 없는 날이라는 것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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